행복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부터

[서평] 스펜서 존슨의 <행복>

등록 2006.08.17 12:02수정 2006.08.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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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행복>비즈니스북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어려서부터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워왔다. 나야 어떻든 남을 우선시하는 태도다. 한편, 어찌 나는 나중이고 남이 먼저인가. 나의 마음이 엉망인데 어찌 남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가. 바로 여기 내가 즐거워야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책이 있다. 스펜서 존슨의 <행복>이다.

<행복>의 내용은 균형 있는 삶 만들기에 관련한 이야기이다. '나를 소중히 여기기'로부터 출발해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기'를 거쳐 결국엔 '우리를 소중히 여기기'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귀착한다. 나에게 치우치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치우치지도 않는 균형 잡힌 삶에 도달하기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삶 만들기이자 조화로운 삶 만들기인 것이다.


한편 여기서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과는 다르다. 내가 즐거운 마음이 생긴 뒤에 남에게 베풀어야 진정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내 마음은 혼란한데 남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면 오래가지 못하고,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지도 않는다. 이는 단지 속마음을 숨기는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제인 <행복(幸福)>의 의미를 살펴본다. '행복(幸福)'의 뜻은 정확히 밝히기가 어렵다. 국어사전적 의미와 자전의 의미 둘을 참조해봐야 더 명확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둘의 뜻은 비슷하다. 먼저 국어사전적 의미로는 '삶의 보람과 만족을 느끼는 흐뭇한 마음의 상태' 이다.

한편 자전의 어원적 의미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자어 '幸福' 두 글자는 하나하나 나누어서 살펴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라다'와 '넉넉함(넉넉해지기를 바라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넉넉해지기를 바라다'의 뜻이다. '물질적이나 정신적인 풍요를 바라다'인데, 본디 의미는 '물질적인 부분'이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복(福)'이라는 한 글자의 의미만으로도 '술통에 술이 가득해지기를 빌다'이다. 결국 책제목으로서의 <행복>은 '정신적인 풍요의 기원(내면적인 성공기원)' 쯤으로 볼 수 있겠다.

몇 번 읽고 나니 진실이라는 것이 나에게 잔잔히 다가와 가슴속 깊은 곳을 툭툭 치고 지나가는 듯하다. 무작정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나에게 멈춤의 미덕을 깨우쳐 주는 듯하다. 이기적인 것과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의 차이를 또렷이 가르쳐주는 듯하다.

<행복>은 '내면적인 성공'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노력을 가상의 인물설정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픽션의 형식을 취한 논픽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주인공 격인 존, 존의 삼촌인 프랭크, 존의 숙모인 엘리자베스, 프랭크의 직장 동료였던 제인, 제인의 남편이자 화가인 로버트 등이 등장한다.


존은 외면적인 성공은 이루었으나 내면적인 성공 즉 행복성취에는 실패한 인물로 출발한다. 그는 곧 자신의 문제를 발견한다. 이어서 성공한 인생의 표본인 삼촌 프랭크를 찾아간다. 프랭크를 비롯한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아 진정한 성공 곧 '행복을 성취'한다. 저자는 존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이 표현해내고자 하는 주제(내면적인 성공: 행복성취)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저자 스펜서 존슨은 역설적으로 말한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기주의라고 주장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다가 자신과 주변 사람을 모두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더 이기주의라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다가 다른 차에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외에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구분하면서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나가고 있다. 갈수록 설득력이 강함을 인식하게 된다. 처음에는 누구나 억설이 아니냐고 의문할 것이다. 조금만 읽게 되면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어떻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행복의 출발점이 될까? 이와 같은 독자의 의문을 해소시키는 방법이 매우 인상적이다. 어쩌면 저자인 스펜서 존슨만이 갖는 장점일지도 모른다. 거의 머뭇거리지 않는다. 간단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어떤 독자라도 저자가 제시한 '멈추어서 생각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라는 방법을 인지하게 되면 의문이 싹 가신다. 필요하다면 하루 중 언제나 실행할 수 있다. 자신이 하던 일을 제자리에서 멈추고 1분 동안 생각한다. 이어 지금 순간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잠깐 뒤 '내면의 자아'가 대답하는 대로 따른다. 내면의 자아는 항상 진실한 나이기 때문이다. 나도 오늘 내일 미루어 오던 지루하고 하기 싫은 일 한 가지를 처리했다. 저자가 말한 '1분 동안 생각하기'를 활용한 결과다.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3단계도 설정하고 있다. 1단계는 '내가 행복해지기'이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수록 노여움이나 분노는 사라지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더 큰 애정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단계는 '상대방과 더불어 행복하기'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내가 도우면 그들이 그들 자신에게 더욱 만족할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3단계는 '행복한 관계 만들기'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면, 그들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마침내 우리는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점차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저자의 설명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이며, 이것도 실제사례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 의미로 볼 때 <행복>은 전통적 사고의 틀을 깨는 이야기 같지만 전통적 사고의 틀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좀더 심층적 의미로 들어가 보면 서로의 맥락이 닿아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전통적인 교육이 낳은 산물 중 하나인 나도 <행복>에서 명백히 배운 점이 있다. 첫째 행복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과, 둘째 자신을 내팽개치는 것은 일종의 이기적 행위라는 사실을.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에 난 중학교 2학년 조카에게도 읽어보라고 이미 추천한 적이 있다. 두고두고 마냥 읽고 싶어진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나타난다. 읽다보면 문득문득 뭔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픽션 형식을 취한 논픽션이라는 형식의 새로움 이외에도 군데군데 솟아나는 내용의 새로움도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스펜서 존슨의 <행복>(안진환 옮김, 비즈니스북스, 2006. 값 1만원)

덧붙이는 글 스펜서 존슨의 <행복>(안진환 옮김, 비즈니스북스, 2006. 값 1만원)

행복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비즈니스북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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