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반미 사업 잘 굴러갑니까?

고유가 등에 업고 반미 투쟁 선봉 나서

등록 2006.08.13 17:24수정 2006.08.13 17:24
0
원고료로 응원
그간 반미 투쟁의 최선봉에 섰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으면서 세계 반미 자주 진영에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반미 자주 진영에 최선두에 서 있는 인물은 단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라 할 것이다. 사실 세계 체제에서 유럽 연합(EU), 중국, 러시아의 거대 강국에 비해 베네수엘라는 턱없이 미미한 비중을 차지할 뿐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 세계 패권에 위축되어 있는 국제 열강에 비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을 견제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차베스는 레바논을 침략한 이스라엘과 이를 배후에서 적극 후원하고 있는 미국을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과는 외교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또한 차베스는 반미 국제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 중동 지역 반미 투쟁의 선봉장인 이란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대량 무기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러시아와의 군사 기술 협력을 긴밀히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으로 침몰 위기의 쿠바 경제가 최근 회복세로 전환된 것도 차베스의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차베스는 남미 제국이 미국의 경제적 종속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 남미 은행의 설립을 적극 추진하는 등 남미의 자주적 경제 통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21세기 국제 반미 자주 전선에 차베스 대통령이 최선봉에 서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차베스 대통령의 반미 투쟁은 순수한 이념적 구성물을 넘어 선 일정한 실용성까지 곁들이고 있다. 사실 차베스가 미국의 세계 패권을 견제하는 데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석유 자원(세계 5위의 산유국)이다.


최근 유가의 급등세는 차베스의 반미 투쟁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차베스는 자신의 반미 투쟁에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철저히 활용하면서도 적대국인 미국에 석유 수출까지 용인하는 대범한 실용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전체 석유 수입량의 12% 정도를 베네수엘라로부터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차베스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적대적 정책을 노골화한다면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이러한 차베스의 유연한 실용적 전략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 마하티르 전 총리 역시 경제적 측면에서는 철저한 실용주의적 전략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내면서도 정치 외교적으로는 반미 투쟁의 중심에 서서 미국의 패권 전략에 끊임 없는 견제와 압박을 행사해 왔다.

아무튼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유가 급등에 기인한 석유 수출의 급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석유 산업 일변도의 베네수엘라 산업 구조상 급등세에 있는 유가가 안정세로 전환될 경우, 베네수엘라의 경제 성장에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차베스의 반미 투쟁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산업 구조를 석유 산업 중심의 일원적 틀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의 다원화를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 기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차베스 대통령은 제3세계 주변국 중심의 외교 기조에서 탈피하여 오일 머니를 배경으로 세계 체제에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 러시아, 유럽 연합 등으로 외교 지형을 확대하여 반미 진영 체제의 세계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세계 열강도 공공연히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 체제 수장국인 미국의 거대한 힘에 맞서 일개 소국인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의 고독한, 그러나 담대하고 열정적인 반미 투쟁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패권주의로 전쟁의 공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류 공동체에 커다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 이용길 기자는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증권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대학과 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시사 평론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21미래전략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도 마라>(도서출판 T&F, 2005), <어느 진보주의자의 세상 비틀기>(동성출판사, 2002)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yongkillee.do) 

* 이 글은 <대자보>에도 송고할 계획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용길 기자는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증권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대학과 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시사 평론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21미래전략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도 마라>(도서출판 T&F, 2005), <어느 진보주의자의 세상 비틀기>(동성출판사, 2002)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yongkillee.do) 

* 이 글은 <대자보>에도 송고할 계획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