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② 소득공제 받으려다 지출만 더 늘린다
현명한 신용카드 사용이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같은 돈을 쓰고도 현금을 쓰면 주어지는 혜택이 없지만 신용카드는 연말에 소득공제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갑에 돈이 들어 있어도 웬만하면 신용카드를 쓰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실제로 신용카드 사용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것은 연봉이 너무 높아 세금부담이 큰 고소득자에게나 유리할 뿐 보통 직장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김씨의 경우 연봉이 2700만원 가량이다. 매월 신용카드 결제금이 180만원 수준, 거의 월급을 대부분 카드로 쓰고 있다. 연간 카드사용액이 2100만원 정도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는 현금서비스도 10% 정도 된다.
현금서비스는 소득공제에서 제외되니까 대략 1900만원이 공제대상금액이라고 가정하고 돌려받는 세금을 계산해 보면 대략 13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 나온다. 연봉의 70%를 카드로 썼음에도 돌려받는 세금이 13만원 수준인데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13만원 돌려받는 것보다 매월 카드결제금이 월급에서 최소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에 더 맞는 것이다.
김씨 같은 경우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대신 불편한 현금 사용이나 체크카드 사용을 하면서 50만원 미만으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했을 경우 연간 21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카드 사용으로 13만원 아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효과다.
더불어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와 같은 수준으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제 소득공제 효과 때문에 신용카드가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상식은 벗어버려야 한다. 대신 가장 높은 수익은 욕구를 지연시키는 훈련을 통해 늘어난 저축에 있다는 상식을 갖는 것이 좋겠다. 신용카드를 아예 안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상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③ 쓰는 편리함이 가난해서 불편한 미래를 만든다
막상 카드를 꺼내 버리려고 하니 망설여지는 것이 있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편해서 어떻게'라는 생각은 다시 뒤집어 봐야 한다. 불편해야 씀씀이가 준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너무 편리해서 미래의 가처분 소득까지 미리 다 끌어다 쓰는 것이 반복되면 결국 많이 쓰고도 늘 가난한 오늘, 가난해서 불편한 내일을 만들뿐이다.
신용카드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안 쓰게 되는 것도 많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홈쇼핑이다. 12개월 무이자에 가격파괴, 자동전화주문 할인, 화려한 사은품 등등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지금 사둬야 좋은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것 같이 만드는 것이다.
평소 갖고 싶었지만 내 소득에 부담스런 고가품도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앞에선 별거 아닌 게 돼버린다. 이렇게 저지르고 저렇게 저지르고 결국 소액에 불과한 할부금이 모이고 모여 월급을 타도 결제일 지나면 남는 돈도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없다면 그 모든 혜택은 내 것이 아니다. 아쉽지만 사은품 몇 개에 갖고 있는 목돈을 꺼내 쓸 수도 없다. 결국 사고 싶은 것을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김씨의 경우도 신용카드가 없었다면 고가의 등산장비와 카메라 할부 구입은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지금의 소득수준에 맞게 좀더 소박한 등산을 즐겼을 것이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저축으로 이어져 넉넉한 결혼준비를 했을 것이다.
김씨가 그동안 누렸던 모든 편리함은 미래의 풍요로움을 끌어다 쓴 것이다. 과감히 신용카드를 버려야 한다. 불편한 지출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조금씩 모여 나가는 돈으로 경제적 자유에 조금씩 더 다가가는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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