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아직 한미FTA특위를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국회 특위의 목적과 내용을 살펴보면 이 특위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특위가 가진 문제점은 한미FTA 협상만큼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위구성안의 문제점이 뭐냐고? 누구든 특위 구성결의안 전문을 읽어보면 그 문제점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이 결의안은 단 5줄이다. 실제 내용은 다음의 단 두 줄로 이루어져 있다. "▲위원 수는 20인으로 한다 ▲활동기한은 2007년 6월 30일까지로 한다"가 그것이다.
이 두 문장의 앞에는 목적과 설치 근거를 설명한 3줄짜리 한 문장이 더 있다. 이를 요약하면 특위의 설치 목적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 ▲동 협정 체결과 관련한 각 분야별 보완 또는 지원방안 논의에 있고, 설치근거는 국회법 제44조 규정에 의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이 놀랍고도 한심하도록 단순한 문장들을 따져 보자.
[질문 ①] 도대체 20명으로 뭘 하겠다는 걸까
한미FTA는 17개 분과별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 주제의 협상 과정과 대책을 일일이 검토해야 할 특위 위원을 20명으로 제한하면, 위원장과 교섭단체 간사를 제외하고는 각 분과당 1명씩이라는 얘기다. 분과당 1명씩이나 금배지를 배치한 국회에 감사해야 할까?
적어도 한 분과별 협상결과를 3인 이상의 의원이 교차분석 평가할수 있도록 국회운영위원회 수준의 60명 규모로 재조정되지 않으면 이 특위는 정부의 보고를 청취하기도 바쁜 거수기 특위가 되고 말 것이다.
[질문 ②] 왜 2007년 6월 30일까지인가
결의안이 특위 활동기한을 2007년 6월 30일까지로 한정한 것은,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보다 많은 협상의 재량을 부여한 TPA(Trade Promotion Authority, 무역촉진권한법) 기한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왜 우리가 미국 측 일정을 준거로 삼아야 하나? 특위는 국회의 체결 비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돕는 것 외에도, 만약 협상결과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가 이루어질 경우 이에 따르는 국회의 후속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국회 특위의 1차 활동기한은 17대 국회의 종료시점인 2008년 3월 31일까지로 재조정되어야 마땅하다.
[질문 ③] 각계의견은 어떻게 수렴하나
결의안은 ▲특위의 운영방안 ▲산하 자문기구 및 전문위원 구성 ▲예산추계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 없이 이를 위원장과 국회 교섭단체 간사들의 재량으로 위임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의회는 TPA 적용 기한 중 행정부의 협상재량을 존중하면서도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각계각층 자문위원회를 두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 자문위원회와 의회의 관련 위원회에 협상 중의 모든 정보가 공개됨은 물론이다.
따라서 한국의 특위도 관련 업계와 이해당사자,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와 이들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전문가가 협상안 검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와 전문위원회의 설치를 각각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같은 구체적인 조항이 결의안에 명시되지 않으면 특위가 밝힌 국민의 알권리 실현은 공염불이 되고, 국회는 정부에 대한 검증 능력을 잃은 채 정부협상에 대한 박수부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