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닷가의 악몽, 이제는 추억

등록 2006.07.24 16:22수정 2006.07.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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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20년전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 우리친구들과 바닷가로 피서를 갔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일인 일차를 운전하던 시절이 아니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전부 다 등에는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손에는 아이스박스랑 식료품 텐트같은 것을 이고 지고 버스에 올라타고 피서를 갔습니다

젊음이 뭔지 지금 같아서는 꿈도 못꿀 일이지만 우리 친구들과 저는 일단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난다는 기쁨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넘쳐났으니까요.

그렇게 완행버스를 타고 물어 물어 도착한 바닷가에는 어느샌가 우리와 같은 처지의 젊은이들이 한짐 가득히 들고 와서 여기 저기좋은 자리를 골라서 텐트를 치고 있더군요. 우리일행도 적당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짐정리를 했습니다.

아까 전부터 주위에 시선이 자꾸만 느껴져 돌아다보니 남자들 세명이 피서 온 텐트에서 자꾸 우리 쪽으로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바닷가라는 곳이 으레 그런 곳이고 설마 우리는 다섯명인데 뭐 어쩔라구 하는 생각으로 대수롭잖게 넘겨버렸어요.

한명이 텐트를 지켜야 하기에 교대로 바닷물에 가서 신나게 놀았는데 그 남자들 세명이 꼭 텐트를 지키는 한명에게 다가와서 추근대는 게 아닙니까.


처음엔 정중히 거절도 하고 바닷가에 피서 왔으니 그냥 재미있게 물놀이나 하고 가라고 했지요.

그런데 밤이 되자 술이 취해 취기에 오른 그 남자들이 우리 텐트로 오더니 다짜고짜 욕을 해대며 이런 바닷가에 남자와 노는 게 당연하지 니들끼리 놀 꺼면 뭐하러 왔냐면서 막 행패를 부리는데 얼마나 무서웠던지요.


겨우 겨우 주위의 도움으로 그 사람들과의 실랑이는 그쳤지만 얼마나 화가나던지요. 자기들과 같이 안놀아준다고 매너 없이 구는 그 남자들을 가만히 두면 안되겠다 싶어 친구들에게 일단 모든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하라고 해놓았습니다. 밤이 이슥해지고 그 남자들이 텐트 속에서 잠을 자는지 조용하더라구요.

저는 친구들과 '하나, 둘, 셋!'하는 동시에 그 텐트에 달려들어 남자들을 꼬집고 때리고 잡히는대로 마구 마구 때려주고 부리나케 도망와버렸습니다.

이미 짐은 다 옮겨놓은 터라 쉽게 도망을 칠 수가 있었지요. 텐트와 뒤엉킨 그 남자들은 술이취해 잠들었다가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우리를 따라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 말았지요. 멀찌감치 도망쳐서 얼마나 통쾌하게 웃었던지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겨났던지 지금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여자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듯이 여자 다섯명이 모였으니 그 용기가 백배 충천했지요.

비록 짓궂은 남자들 때문에 그 여름 피서는 망쳤지만 지금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되어 저나 친구들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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