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숙 수녀님
조혜진
이미 새만금 방조제는 지난 4월 공사가 완료되었고, 바다로 흐르던 강물도 조금씩 그 길에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만금 갯벌의 숨통이 막힌지도 2달이 되어 갑니다. 벌써부터 새만금 갯벌과 그곳에 깃대어 살고 있던 주민들의 삶에는 적지 않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즈음 오 수녀님이 계화도와 해창갯벌을 찾았을 때, 지역주민들은 갯벌과 바다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조개를 캘 수도, 뱃일을 할 수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리 가지도 않던 밭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이대로 있을 수 없으니깐, 적어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백합과 동죽, 맛들이 풍부하게 나오던 생금밭은 이미 사라지고, 어민들은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을은 거의 공황상태였어요. 사실 미래가 불투명하죠. 이 사업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뻔히 다 아는 사실인데, 보상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지금이라도 더 나서서 반대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적어도 계화도 사람들은 '우리 안에서 일치를 모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한 마을에서도 새만금 갯벌과 간척사업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기는 다 다르거든요. 그 모두의 이해를 하나로 끌고 나가기란 매우 어렵지요."
오영숙 수녀님는 계화도 지역 주민들을 보면서 새만금 사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같아선 연극 '라이어'가 많이 생각나더군요. 주인공 남자가 부인 모르게 두집 살림을 하는데, 한번의 거짓말을 덮으려 또 한번의 거짓말을 하고 결국 이 거짓말들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거짓말이 들통 나게 되는 내용인데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는 정부, 지금의 새만금 상황과 똑같아 보입니다. 처음부터 거짓된 말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듯…."
지금 계화도 앞 갯벌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사막같습니다. 검고 촉촉했던 갯벌은 간데 없고, 역풍이 불면 모래먼지가 날아와 집안 가득 쌓입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염생식물 씨앗을 뿌려 군락지를 만드려는 등 여러 방법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부족. 1인당 5만8천원에 계화도 주민들의 인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계화도 부녀회장이 "우리 할 사람 없다"며 거부했으니, 정부의 계획도 그리 척척 진행되지는 않나 봅니다. 단지 염생식물 씨앗 파종 일에 1억원을 풀었다는 황당한 소문만 떠돌 뿐입니다.
물을 맑게 해주고, 육지의 유기물을 걸러주고, 그 속에서 사람도 자연도 잘 살 수 있도록 끝없이 생명을 일구어내는 새만금 갯벌. 그곳을 지키기 위해 한결같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지원해온 '새만금 수녀', 오영숙 수녀님. 그의 마음에도 처음부터 '새만금 갯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