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전날 "가족회의 한번 합시다!"

5·31지방선거에 대처하는 우리 가족의 자세

등록 2006.05.30 17:40수정 2006.05.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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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배달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
집으로 배달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김수원
며칠 전 집으로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배달되어 왔다. 우리 집은 식구 4명이 모두 유권자다.


"어? 이번에는 투표장소가 다르네? 좀 더 올라가야 하잖아."
"지난 번 투표소는 찾기도 힘들고 지하 감방 같더니 이번이 훨씬 좋은 장소네요."
"투표 방법이 많이 참 복잡하구나. 나이 드신 분은 제대로 투표하기 힘들겠는 걸."
"해 보면 별로 힘들지 않을 거예요. 이 참에 오늘 밤 오랜만에 가족회의 한번 합시다!"

모두 귀가한 뒤 뉴스가 끝나고 다들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나는 밤 11시에 우리 식구는 가족회의를 하기로 했다. 회의 주제는 '우리 식구가 투표에 임하는 자세'다. 먼저 투표안내문에 나와 있는 투표 진행 순서를 보며 간단한 '모의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투표용지 샘플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투표용지'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최인수
우리가 사는 '구'의 인물을 뽑는 1차에는 '구청장, 구의원 비례대표, 구의원'을, 우리가 사는 '시'의 인물을 뽑는 2차에는 '시장, 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을 뽑는다고 식구들에게 설명해 줄 것이다. 투표용지에는 반드시 한 명만 찍는다는 것도 강조할 예정이다. 그래도 설명이 어려우면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투표체험을 부모님과 함께 하면 될 듯하다.

다음은 후보자 선정이다. 20분 정도 선거공보를 꼼꼼히 살펴본 후, 각자 돌아가면서 그동안 들어온 이 후보자들에 대한 소문을 털어 놓기로 했다. 선거에 오랫동안 임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번에 재선을 노리고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동생과 나는 새로운 인물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인물'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각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식구는 우선 1차 후보 선택 기준을 지지정당에서 찾는 눈치다. 이번 선거에 다양한 사람이 나와 있긴 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는 완전 인물을 중심으로 본다. 각 후보자의 공약과 약력, 됨됨이 등을 따져 선택기준으로 삼는다.


행여나 부모님이 "이야, 이 사람 인물 참 좋다" 하고 외치시며 은근히 호감을 표시하실 수도 있다. '인물'이라고 해서 생김새만 보고 판단해서는 아니 되지만 끌릴 지도 모른다. 컴퓨터와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은 과도한 디지털 사진수정을 모르실 수도 있다. 그때는 자신의 '이미지 사진' 한 장을 슬며시 보여드리면서 오판을 막아보자. 식구들 중 부동층이 있으면 전략적인 '연정'도 필요하다.

최인수
가족회의가 흩어진 선택권을 하나로 모으는 자리는 아니다. 식구들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자리를 선거 핑계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고 싸우면 곤란하다. 젊은 자녀와 나이 든 부모의 생각은 분명 다르다. 설사 '빨갱이' 아들과 '수구꼴통' 아버지가 한 집에 살더라도 이들은 어차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사이다.


평소에는 잉꼬부부였다가 선거철만 되면 의견 차이로 각방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잠시나마 가족회의를 통해 정치적 견해 '차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 하고 살아가는 법을 서로 배우자는 취지다.

'무조건 싫다'고 외치지 말고, 왜 싫은지 왜 좋은지 한번 들어나 보자. 식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내가 모르는 타인을 이해하기도 더욱 쉬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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