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청소하느라 가둬놨더니 심통난 복댕, 삼식.박봄이
손에 쥔 돈에 맞는 집을 찾자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흘러 흘러 지하철 노선도 따라가다보니 목동이 나왔고 무작정 부동산에 들어가서 외쳤다.
"집을 내놓아라!"
그리하여 대머리 부동산 할아버지가 내놓은 집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옥탑방. 그러나 난 누가 집 얻으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무대뽀'.
"돈이 없으니 조절을 하시오!"
말 그대로 부동산 할아버지 앞에서 '땡깡'을 피웠다. 원래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하고자 하지만 일단은 대머리 할아버지가 인상이 참 좋아서 손녀뻘 되는 내가 우기면 들어주실 것 같았다. 외할아버지가 부동산을 오래 하셔서 알 수 없는 친근감까지 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36년생, 우리 할머니와 동갑이신 주인 할아버지와 '샤바 샤바' 하시더니 대뜸 '200에 22'로 깎아주신다니, 어찌 이 아니 횡재일소냐.
주인 할아버지는 군인출신으로 서글서글한 성격에 목소리도 엄청 크셨고 돈도 대충 되는 날 정해서 약속만 지켜주면 된다 하시니 그저 고마울 밖에. 이사문제로 거의 한달을 신경을 썼던 탓에 이 날의 쾌거는 '30년 자랑거리'가 될만한 것이었다.
주인 할아버지의 뒤를 '쫄레쫄레' 따라가 처음 들어선 옥탑방. 아담한 평상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 널널하게 널려 있는 빨래줄. 혼자 살기에 충분한 방, 깨끗한 주방과 욕실.
뭐 어른들이 보면 옥탑이 거기서 거기지, 궁상떤다 하실지 모르지만 또 젊은 사람들에게 옥탑방은 나름대로의 '로망'이 아니던가. 어차피 그 전 집에서의 보증금도 다 까먹은 판국에 이만한 집이 어딨냐 싶어서 냉큼 계약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