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피해 달아나는 버마 사람들EarthRights International
다른 몇몇 인권단체와 공동으로 1995년에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조차 공개할 수 없는 익명의 버마 피해자 15명을 원고로 내세워 미국 법원에 유노칼을 제소했다. 유노칼은 원고들이 증언한 인권 유린사례가 과장되었으며, 설령 인권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버마 군 당국이 저지른 것으로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1996년에 미국 사상 최초로 외국불법행위배상법(Alien Tort Claims Act)을 자국 기업에 적용하여 원고의 제소가 정당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그 후에도 10년에 달하는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 되었고, 결국 유노칼은 2005년 3월, 원고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미제 청바지와 티셔츠를 즐겨 입고,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하여 돈 많이 버는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평범한 청년이 인권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던 친구를 잡으려던 버마 군사정보당국이 그를 끌고 가 3일 동안 모진 고문을 했다. 겨우 풀려났지만, 버마 군부가 대학생들의 평화시위를 총칼로 진압하고, 부상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마저 비행기를 동원해 공격함으로써 수많은 학생과 의사·간호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도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가 실패로 돌아가고, 군사독재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이 있자 그는 정글로 숨어들어 1988년부터 1995년까지 꼬박 7년을 정글 속에서 지냈다. 그동안 군사독재정권이 저지른 온갖 끔찍한 일들을 수도 없이 보고 들으며, 고통 받는 버마 사람들을 위해 이러한 잔학상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