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옥정호의 아침

등록 2006.04.26 12:01수정 2006.04.26 13:5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 내가 건져올린 아주 특별한 옥정호의 아침
지난 주말 내가 건져올린 아주 특별한 옥정호의 아침이우영
0지난해 가을 호기심에 이끌려 옥정호를 찾았다가 그 비경에 반한 이래 불과 몇 개월 사이 나는 7~8차례나 그곳을 찾았었다. 첫 만남 때 들끓는 사람들에 치어 변변한 사진 한 장 제대로 담아오지 못한 아쉬움 탓이 컸을 거다.


그러나 옥정호는 좀처럼 첫 만남에서와 같은 비경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애가 달아 옥정호를 기웃거리게 됐고, 심지어 어떤 날은 눈치 없는 나 혼자서만 멋적게 국사봉에 올라 밋밋한(?) 옥정호의 모습을 내려다 보며 안타까움에 떨기도 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도 다 때가 있는 것이었다. 계절적으로는 봄 가을 중에서도 늦가을과 초봄이, 날씨 중에서는 비 온 다음날 정도가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그런저런 것들을 새로 알아가며 그곳을 들락거리던 지난 주말, 마침내 오매불망 기다리던 옥정호의 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옥정호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국사봉을 오르는 내내 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마침내 옥정호의 비경을 담을 수 있게 됐다는 기쁨에 들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옥정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촬영포인트에 이르자 앞서 온 사진가들이 들끓어 삼각대 하나 놓을 자리가 없었다. 앞서 몇 번 찾았을 땐 한가하기 그지없던 그곳이 눈치 빠른 사진가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자면 천상 그들 어깨 너머로나 틈틈이 몇 장 찍는 도리밖에 없어 보였다.

내공도 부족하고 옥정호를 한 컷에 담기엔 부족하게 느껴지는 18mm 화각밖에 갖추지 못한 내가 그곳에서 아무리 용을 쓴들 앞서 좋은 자리를 선점한 내공 빵빵한 다른 사진가들을 따라잡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좀 다른 화각을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안타깝긴 했지만 과감히 그 자리를 박차고 돌아서 다른 촬영포인트를 찾아나섰다. 다른 사진가들과 화각이 겹치지 않는 곳, 그러면서 내 부족한 화각을 보완해 옥정호를 한 화면 안에 담을 수 있게 파노라마 촬영을 할 수 있는 곳 등이 내가 찾는 조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촬영포인트에서 바라본 옥정호의 모습
많은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촬영포인트에서 바라본 옥정호의 모습이우영
산을 오르내린 끝에 나는 맞춤한 자리 하나를 찾았고, 사진가들로 북적거리던 앞서 촬영포인트와는 대비되게 텅텅 비어 있는 그곳에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바로 그 순간, 그 자리가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사진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아직은 쌀쌀한 새벽녘 추위조차 잊게 만들었다.


비록 내공도 많이 부족하고 촬영포인트 면에서도 좀 뒤지는 감은 있지만, 그렇게 건져올린 게 바로 이 사진이다.

수없이 많은 날들 수없이 많은 비경들이 펼쳐졌다 사라지곤 했어도 옥정호가 이날 사람들에게 허락한 비경은 오직 이 하나뿐인 것처럼, 그날 국사봉을 울려퍼졌던 숱한 셔터소리 중 이 화각으로 그 비경을 담아 낸 사진 또한 오직 이 세상에 이것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나는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가장 좋은 촬영포인트보다는 나만의 촬영포인트를 찾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겠단 생각이 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읽은 순간 입술가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사는이야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주로 이런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구요, 능력이 닿는데까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