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산아래에서 불길이 올라, 오른쪽으로 번져갔다백성태
부모들의 계모임에 따라나선 초등학생들이 불장난을 하다가 불씨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왕산의 능선을 타고 급속도로 번져갔던 것이다. 왕산은 태조왕건이 후백제 견훤의 군사들과 맞닥뜨려 싸우다가 몸을 피한 곳이라 해서 '왕산'이라고 이름붙여진 산이며 능선 우측 끝에 신숭겸 장군의 사당이 있다.
산불은 산등성이를 넘어 반대편 6차선 도로를 훌쩍 건너뛰어 공산댐 근처까지 옮겨 붙기도 했다. 산과 인접한 인근 아파트에는 밤새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주차장 차들은 모두 대피했으며 주민들은 불안한 밤을 뜬 눈으로 새워야 했다.
화마가 지나간 곳은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불길이 미처 지나지 않은 곳에는 새싹이 돋아 있지만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곳은 잿더미 상태였고, 불길에 번지지 않은 나무들도 화기에 노출되어 바싹 말라죽어 있었다. 숲으로 발길을 들여 보니 푸석거리는 재와 시커멓게 그을린 나뭇가지들로 거대한 숯가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산불의 특징은 산림이 울창하고 낙엽이 많이 쌓여 가연성이 강하고 경사가 급해 발화가 되면 삽시간에 많은 면적에 번지는 특성이 있다. 해마다 평균 543건의 산불이 일어나 여의도 면적의 2.2배에 이르는 1844㏊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고, 산불로 소실되는 피해액을 공익적 자연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고 한다.
자연 환경은 우리에게 있어 더없이 소중하고 지켜가야 할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숲의 가치는 인간의 생활환경과 생존요건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 조형물처럼 인위적으로 공간적·시각적 욕구만 충족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생태계를 보존시켜 우리가 함께 숨쉬고 살아가게 해주는 생명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