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택시에서 본 낯선 프랑스

[서평]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고

등록 2006.04.04 18:33수정 2006.04.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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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접하는 세계는 익숙한 세계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세계로 나뉠 수 있다. 내게 있어 택시는 익숙한 세계이고, 파리는 익숙하지 않은 세계이다. 익숙한 세계와 익숙하지 않은 세계의 만남. 이 책은 그런 양쪽의 호기심에서 선택하게 된 책이었다.(물론, 저자인 홍세화에 대한 관심도 있긴 했지만.)

이 책의 저자인 홍세화가 말하는 것처럼 한국의 택시기사들은 지금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가끔 학원이 끝나고 새벽 한두 시에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 아저씨들의 힘든 생활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보면 프랑스의 택시운전사들도 회사택시를 할 때에는 노예처럼 다뤄진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실상 한국의 택시 운전사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다.


한국과 프랑스의 택시문화가 다른 것은 택시의 소유 개념도 포함된 듯하다. 한국의 경우에는 개인택시를 할 경우 차와 함께 번호판을 사야한다. 그 번호판이라는 게 그야말로 한밑천이라서 2년 전 삼촌이 개인택시를 시작할 때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는데,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부수적인 것까지 8천만 원이 넘는 돈이 한 번에 나간다고 한다.(물론, 어떤 일이든지 시작할 때 밑천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개인택시를 할 수 있는 자격(사업용 자동차를 3년 이상 운전, 3년 이상 무사고)이 된 사람들이 회사택시를 하면서 아등바등 사는 것은 부담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몫에 많은 돈이 나가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회사 택시 대신에 임차 택시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들의 처지를 '현대판 노예'라고 칭할 만큼 이 사람도 힘들긴 매한가지지만, 프랑스에는 날짜시간표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생태에 덜 어긋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처럼 매일 교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지불하면 일주일간 자신의 차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물론, 한국에서 회사에 돈을 내는 것처럼 프랑스에선 임대료를 벌기 위해서 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어쨌거나 택시라는 매개를 통해서 우선 한국과 프랑스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것과 택시에 타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택시라는 익숙한 세계를 통해 프랑스의 문화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면, 또 한 편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란 사회에 대해서 바라볼 기회도 가졌다.

프랑스에 망명해서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는 어떤 사회인지,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에 반해 우리의 사회는 어떤지에 대해서 비교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저자가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돌아오지 못하며 한국에서 그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분명 우리에게 있어서 그런(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말하면 빨갱이소리를 듣던) 시대가 있었고, 그런 폐쇄적인 모습은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의 사회는 여전히 폐쇄되어있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쫓기는 신세의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닫힌 사회이고, 억압된 사회라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홍세화는 프랑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특히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나 토론 문화 같은 것은 꽤 인상 깊었다.

익숙한 세계와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각각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읽어갈 수 있었다. 때때로 답답함을 느꼈고, 때때로는 슬픔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기도 했다. 책을 덮고 나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 그것을 인정하고 서로 공존해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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