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워드 책 내려면 허락받아라?

유명인 초상권·인격권과 대중의 알권리가 충돌할 때

등록 2006.04.03 18:17수정 2006.04.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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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즈 워드 열기가 뜨겁다. 한국계 혼혈인으로 미식 프로축구의 스타가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출판사에서는 벌써 그의 일생을 다룬 평전을 출판하였는데, 하인즈 워드는 그것이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를 했다고 하면서 법적 대응을 하였거나 준비 중이라고 한다.

출판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엄마 눈물로 키운 수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
출판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엄마 눈물로 키운 수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동서문화사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하인즈 워드 평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열매출판사에서 나온 <어머니의 아들 하인스 워드>이고, 또 하나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엄마 눈물로 키운 수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이다.


그런데 하인즈 워드의 대리인이 출판금지나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오자(경고장을 직접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한 출판사는 책을 전량 수거하여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하고, 다른 출판사는 자신들도 법률가의 자문을 받고 나서 출판한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명인의 일생에 관한 책을 그 허락 없이 출판하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가?

이 문제는 유명인에 관한 대중의 관심 즉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그것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서,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 볼 때 수록된 사진이 '감상용'으로 제공된 것이 아닌 한 초상권 침해는 되지 않으며(물론 사진의 저작권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 일생에 관한 내용 중에 사생활에 관한 부분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가 되려면 그 내용이 허위라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그 인물의 사생활상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부분을 부각시키는 등 일반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를 초과하는 식으로 기술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미국 프로야구 스타인 박찬호를 소재로 출판된 <메이저리그와 정복자 박찬호>라는 책에 대해서 박찬호가 "초상권, 성명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권, 인격권", "저작권" 등 거의 모든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해서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박찬호 선수 사건에서 저자는 한 스포츠신문 기자로서 프로야구 부분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게 되었는데, 자신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와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박찬호 선수의 성장과정과 야구선수로서의 활약상에 관한 기사를 토대로 320여 쪽에 이르는 <메이저리그와 정복자 박찬호>라는 서적을 저술하고, 특별부록으로 박찬호 선수의 투구모습과 러닝모습이 양면으로 들어간 천연색 브로마이드 사진을 첨부한 것이었다.

그러나 위 사건을 담당한 법원은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 즉 공적 인물에 대한 서술, 평가는 자유스러워야 하고,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 및 표현의 자유의 내용"이기도 하나, 다만 그것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된다는 제한을 받는다고 하면서,


"공적 인물의 생애에 관한 서술과 그에 관한 평가를 담는 서적인 평전에서는 그 저작물의 성질상 대상자의 성명을 사용하고 대상자의 사진(보도용으로 촬영된 사진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을 게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생애에서의 주요 사건이 다루어지고 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더하여지는 것이 당연하며, 그러한 평전의 저술은 그 대상자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허용되어야 하고 그 대상자가 되는 공적 인물은 이를 수인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만 별책부록으로 제공된 브로마이드는 평전의 내용으로 필요불가결한 부분도 아니고 또 그 자체만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될 염려가 있으므로 초상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또한 명예훼손 등에 관한 주장에 대해서는, "인격권으로서 보호받는 명예란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갖는 명예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외부적 평가"이며, 공적 인물의 프라이버시권은 일반인보다 제한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므로 그 내용이 흥미 위주로 그 인물의 사생활에서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부분을 드러내는 등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를 초과한다고 보여지지 않는 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이를 저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 박찬호 평전에 나타나는 박찬호 선수의 이름이나 사진이 그 성명권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정도로 과다하거나 부적절하게 이용되었다고 보이지 않고, 또 (브로마이드 사진을 제외하면) 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정도로 성명이나 초상 그 자체가 독립적, 영리적으로 이용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나아가 그 내용의 일부가 주인공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부분적으로 훼손한 소지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그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 이외에도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사건, 정몽구 회장의 <현대그룹 3대 총수 정몽구 이야기> 사건 등이 있었고, 또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히딩크 감독, 황우석 교수, 김인식 감독 등 유명인, 즉 공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평전이나 리더십 연구서 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면 공적 인물을 토대로 한 평전이나 이론서를 저술하는 저자들은 그때마다 그 대상인물의 허락을 얻어야만 하는가? 만약 그 내용이 비판적인 것이라서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아닐까?

하인즈 워드나 그 대리인이 하인즈 워드에 관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그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다만, 이러한 보도가 위 대리인의 발언내용을 정확하게 보도했는지 여부는 의문이다), 그 내용이 초상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다하게 이용되었거나 흥미 위주로 사생활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한, 그리고 그 대상인물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인 평판을 훼손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않는 한 그 출판을 저지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 '정지석 변호사의 저작권 정보' 코너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 '정지석 변호사의 저작권 정보' 코너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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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관심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저작권(초상권, 인격권, 프라이버시권, 문화컨텐츠 등)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외국민의 권리(국적회복권, 참정권 등)에 관한 것입니다. 위 문제들에 관해 간혹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매체에 기고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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