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은 여성정치가를 지지하지 않을까고 묻는 장성순씨.조성일
장성순은 이 책에서 여러 여성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평하고 있는데, 한명숙 총리 지명자와 더불어 우리나라 여성 대통령감 1순위로 거론되는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까?
"박근혜 대표를 떠올릴 때마다 실타래가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나라 걱정했다는 박 대표는 탄핵 역풍에 휘청하던 한나라당을 구한 정치력과 카리스마, 절제력을 겸비한 정치가입니다. 그럼에도 '남 좋은 일' 시키고 정작 자신은 당내 대권후보자에게 밀려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장성순은 '최보은 사건'으로 비화됐던 박 대표에 대한 여성계 지지 논란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서 오히려 '강금실 논쟁'의 가능성을 점쳤다.
당시의 논쟁은 여성이 정치지도자가 되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만큼 당과 이념을 초월하여 여성정치인이면 지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젠 페미니즘이 많이 진보하여 양이 아닌 질적 접근을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박근혜 지지 논란은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성순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족, 개인사, 역사를 뛰어넘을 수 없기에 박 대표에게 아버지를 증오하고 넘어설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며 '아버지의 후광을 업은 정치인'인 그 모습 그대로 봐주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질적 변화에 따라 강금실 전 장관의 경우,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 방지에 앞장섰던 전례에 비추어 여성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철거민, 빈민 문제 같은 사회적 갈등 속에서 여성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사회적 성'으로서의 여성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강금실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왜 여성은 여성정치인을 지지하지 않을까
이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3월29일 오후 2시), <오마이뉴스>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29일 연세대에서 열린 '리더십 특강'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오는 4월 5일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출마선언으로 보면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라는 답변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고 보도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상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국면이다.
그래서 장성순이 인터뷰 말미에 한 독자가 보내준 이메일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들려줬던 말에 실감이 난다.
"서울 종로에 사는 서른 살의 한 독자가 제 책을 읽고 여러 가지로 공감했다며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강금실 전 장관이 출마하면 강금실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념이나 정당을 떠나 여성 정치인을 위한 움직임이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장성순은 퀴즈를 냈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아니면 한 여자가 두 남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아니면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남자끼리 사랑의 쟁탈전을 벌이거나 둘 중 불리함을 느낀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식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앞의 것이 남성정치의 메커니즘을, 두 여자가 협력하여 한 남자를 차거나 두 여자가 공유하거나, 아니면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양보하는 식의 사랑의 공유나 분배를 고민하는 나중의 경우는 여성정치의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장성순이 이 책을 쓸 때 가졌던 문제의식, 왜 여성들은 여성 정치가를 지지하지 않을까에 대한 답은 이제 이 책을 읽은 독자들, 특히 여성 독자들이 해야 할 것 같다.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
장성순 지음,
또하나의문화,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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