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우리교육
<길에서 만난 세상>의 첫 번째 글, '노동은 있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은 파업중인 울산현대자동차를 찾아가 만난 비정규직 이야기다. 책 속의 글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웹진 '인권'에 연재되었던 글들로 21세기의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다.
"2004년 2월 폐광 속에 버려진 광부들의 이야기를 필두로 글쓴이들은 매달 길을 떠나야만 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안양을 다녀오기도 했고, 전라도 광주와 부안을 다녀오기도 했고, 울진과 속초, 소록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모두 참으로 아픈 곳들이었고, 눈물 마를 날이 없는 곳들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만 더 정직하고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에 눈물 떨 군 적도 여러 번이었다." - 여는 글
세 명의 공동 저자 스스로 이라크 파견 작가, 탈학교 청소년, 방북 이후 보안관찰처분 등의 이력을 갖고 있어서 최소한의 인권마저 보장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여 생생하게 전해준다. 세 명의 공동 저자가 만나 끝없이 눈물 적셨던 사람들은 또한 이렇다.
우리 사회의 성(性)에 대한 모순과 편견이 만들어 낸 비혼모,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봉제노동자 24시, 외국인 이주 노동자 실태, 한국 남성과 결혼한 아시아 여성들 코시안, 테러리스트로 싸잡아 오해받는 무슬림, 탈학교 청소년, 방황하는 도시의 노인, 보호 관찰대상자, 진폐증으로 고통 받고 살아가는 탄광촌 사람들, 팔려오다시피 와서 성을 유린당하고 착취당하는 베트남 처녀들… 그리고, 세상의 편견에 여전히 세상의 끝에 있는 섬, 소록도를 찾았다.
한편의 글 끝마다 인권에는 미처 담지 못한 취재후기를 실었는데 뒷이야기들만으로도 그들의 아픔은 깊게 패여 들고, 인권관련 사진을 주로 찍는 김윤섭씨의 사실적인 사진들이 깊은 생각을 묻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간 이런저런 매스컴을 통하여 한번씩은 반드시 만난 적이 있는 이야기들인데도 표면적인 것들만 알고 있는 나의 무관심에 또한 부끄럽기도 하였다. 이들이 나의 일상,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매일 무심히 스치는 이웃들이란 사실이 가슴 아프고 억울하였다. 마음 아프고 부끄럽고, 적절치 못한 국가정책이나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착취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을 향하여 치밀던 분노도 숨기지 않고 싶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세상. 우리들의 작은 소망이 모여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 나의 일이 아니니 나와는 별 상관없다는 무관심만으로도 때론 우리도 가해자일수 있지 않을까? 가까운 내 이웃의 일이 결국은 나의 생활과 이어진다. 같은 사회 공동체로서 적어도 무엇이 우리들의 권리를 빼앗는지, 어떤 사람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 관심가지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 몫이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몇 퍼센트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일까?
|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나섰던 공동 저자들 | | | |
| | ▲ 책 속에서 만나는 사진들중에서...소록도, 입시지옥, 노후가 보장되지 않은 도시노인들(왼쪽부터) | ⓒ국가인권위원회 | "손가락이 없고 발가락이 없다 뿐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 닳아지고 없을까. 아무려면 나병이 암보다 더 무서울까. 암은 유전될 수 있지만 나병은 그렇지 않거든. 감염만 해도 그래. 아주 극소수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의사, 어느 간호사가, 그것도 몇 십 년씩 붙어 있겠어?"- 어느 한센인
"학교에서 자기 싫은데 눈이 감겨 있을 때 스스로 얼마나 비참한줄 아세요? 아예 푹 자면 모르는데 이름만 부르면 눈이 딱 떠지는 상태로 졸고 있어요. 집에서 잠잘 때도 죄의식이 느껴질 정도라니까요." - 어느 학생
김씨 할아버지 내외의 외출은 끊임없이 걷는 일이 전부다. 앉아 있으면 먹는 것 생각나고 심사가 복잡해지니 무릎이 허용하는 한 걷는 수밖에 없다. 내외가 걷는 길은 늘 정해져 있다.가난한 노후, 이들은 예사로 끼니를 거른다. 어느 날 취재기자는 우연히 김씨 부부를 만났던 심정을 취재후기로 적고 있다. 비오는 그날 골목에 세워진 손수레를 처마삼아 부부는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있었다고. 순대를 안주 삼아...- 김씨 할아버지 내외
박영희 -일제치하 광부징용에 관한 서사시를 쓰고자 방북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1998년 8ㆍ15 특사로 석방됐다. 문학무크지 <민의>로 등단. 저서로 시집 <조카의 하늘> <해뜨는 검은 땅> <팽이는 서고 싶다>,서간집<영희가 서로에게>,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평전<김경숙>.
오수연 - 1994년 <난쟁이 나라의 국경일>로 <현대문학> 장편공모에 당선, 오늘의 작가상 수상. 저서로 단편집 <빈집> <부엌>. <부엌>에 수록된 중편 <땅 위의 영광>으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 2003년 3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라크 파견 작가이자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일원으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 다녀와 보고서로 <아부 알리, 죽지 마>를 펴냄.
전성태- 1994년 <실천문학>에 단편 '닭몰이'로 등단, 신인상 수상했으며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다. 저서는 <매향> <국경을 넘는 일> <여자 이발사> 등.
김윤섭 -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진을 찍어왔다. 평범하거나 소외된 이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 김현자 | | | | |
덧붙이는 글 | <길에서 만난 세상-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 박영희, 오수연, 전성태 공동 글 김윤섭 사진 /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우리교육 2006년 3월 / 1만 2000원
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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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육,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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