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출간을 목표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오수연.조성일
인권에 관한한 오수연의 생각은 단호했다. 오수연은 얼마 전 택시를 타고 가면서 성추행범 처벌에 관한 라디오 대담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그런 사람은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듣고 아직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은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수연은 성추행범에게도, 사회적 파렴치범에게도, 사형수에게도 누구에게나 인권은 똑같이 있다고 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얘기하면 "우리가 그런 사람의 인권까지 지켜줘야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들 하는데, 그건 인권을 얘기하면 혹시 죗값을 덜어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데서 오는 견해차이라고 말했다.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죗값은 너무도 당연하게 물어야 한다고 오수연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수연은 소설가 전성태가 <길에서 만난 세상> '민족주의의 또 다른 얼굴, 일본인 처' 편에서 말한 메시지를 덧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당사국인 우리의 반일 감정도 엄연히 존재하고,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의 문제가 해결조차 안됐는데, 가해국 출신 소수자인 일본인 처의 인권까지 생각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인권 문제에는 선후가 없습니다. 일어나는 그 즉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수연은 인권문제의 적은 경제논리, 민족주의논리 같은 인권에 우선하려는 논리들이라고 했다. 오수연은 인권은 유보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더 큰 화 부른다
오수연이 이라크 문제를 특별히 천착하는 것도 이런 인권 차원에서였다. 알다시피 오수연은 이라크전쟁 당시 민족문제작가회의가 이라크 현장에 파견한 종군작가였다.
"이라크에서는 지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수니파와 시아파가 서로 내전을 벌이고 미군이 떠나면 당장 이라크가 자멸할 것처럼 말하는데, 미국이 이라크를 해방시켰습니까?"
오수연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더 큰 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했다. 무슬림 하면 우선 연상되는 이미지가 테러리스트인데, 이는 서구가 일방적으로 비하하고 범죄시했던 오리엔탈리즘의 산물이라며 오수연은 근대 이후 당하기만 하고 차별받는 가운데 살 길을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자살 폭탄을 짊어지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무슬림 중에서 가정이 불우한 10대들도 있지만 여자, 엄마, 변호사처럼 도무지 안 그럴 것 같은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하는 오수연은 그들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일어난 덴마크의 마호메트 만평 사태와 관련해서도 오수연은 마호메트도 만평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덴마크 사회의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감이 고조돼 있던 점과 기독교 만평을 싣지 않는 등 차별이 불러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오수연은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줄이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사실 오수연은 이라크에 다녀온 이후 이라크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상당히 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지금도 앓고 있다고 했다.
"잠깐 가서 본 것만으로도 전 화병이 났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이슬람을 제대로 안다면 이렇게 매도하지는 않을 겁니다. 할리우드 영화나 이런 것을 보고 미국 문화를 이해하듯 이슬람 영화나 문학과 같은 문화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 이런 교류가 많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상반기 출간 목표로 소설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