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느 때보다 행복해요"조성일
"저보고 시대조류를 잘 짚어낸다고들 해요. 반쯤은 직관인 것 같고,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살다 보니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러면서 공지영은 소설은 서사(이야기)와 인물(캐릭터)이라고 말한다. 햄릿이든 돈키호테이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가 씨줄이 되고, 그 캐릭터를 통해 그 시대에 일어나는 일들이 날줄이 되어 짜여야만 소설적 힘을 갖는다는 것. 그래서 시대를 읽어내려 갈 때 늘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공지영에게 덧씌워진 '페미니스트 작가'나 '운동권 출신 작가'에서 이젠 '사랑' 나아가 '가족'문제로 소재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왜 그렇게 변하느냐고 물었다.
"혹시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시면 한번 찾아보세요. 공지영이 변했다는 얘기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있어온 비판입니다. 사실 '변했다'는 게 저의 꼬리표이죠. 사람은 살면서, 안 변하는 것도 있겠지만 누구나 변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런 점에서 변하는 제 일상의 삶이 작품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변한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문학과 관련한 또 하나의 궁금증, 요즘 한류가 난리인데 유독 문학만은 왜 '역한류'(한국문학은 일본에서 재판 찍을 정도만 돼 난리인 반면 일본 문학은 한국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다)인지, 한·일합동 소설을 썼던 작가이기에 물었더니, 글로벌 시대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느냐에 달렸지 않느냐고 했다.
행복을 뚝뚝 흘리며 사는 엄마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한용운의 시 '복종'에 나오는 복종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공지영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톨릭 신자라는 점이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내면서 그가 신과 다시 만났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하여 이젠 진부해졌지만 진부해진 만큼 그의 신앙심이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신앙심은 이메일 주소를 세례명인 마리아를 넣어 'gsmaria'라고 쓰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 경력을 말할 때 주변 눈치를 봐야 하고, 아주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젠 스스럼없이 자신의 특이한(?)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이렇게 맘 편하게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다고 했다. 그전에는 심하게 맘고생을 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함께 살게 된 큰딸이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그걸 본 친구가 "실은 나도 그래"라고 다가오고, 서로 '이혼녀의 딸'이라는 그 '굴레'에서 해방되고, 이런 씻김의 과정을 통해 성이 모두 다른 그의 가족들(두 아들도 있음)은 지금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 셋 뭉쳐놓고 기르는 힘이 생겼다고 말하는 공지영은 결손 가정 아이가 불행해지는 이유는 바로 결손된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엄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혼해서 불행한 아이보다 이혼하지 않아 불행한 아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 공지영. 이제 자신을 긍정하면서 행복하게 산다고 말하는 그는 행복을 뚝뚝 흘리며 다음 약속을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푸른숲, 2007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