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 휴대폰 좀 해지해주세요

이동통신사 '실명의자' '실사용자' 피해 줄일 수 없는가

등록 2006.03.06 18:57수정 2006.03.07 16:03
0
원고료로 응원
휴대폰 해지가 어려운 이동통신사의 정책. 과연 융통성은 없는가?

외국인 J씨는 한국인 친구 명의로 휴대폰을 3년 이상 사용하다가 최근 영구 귀국하게 되어 사용하던 휴대폰을 해지하려 했다. 그런데 알고 지냈던 친구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과거 연락처로 연락을 해도 번호가 바뀌어서 찾을 수가 없다.

J씨가 가입한 이동통신사 측은 실명의자가 직접 해지하거나, 실명의자를 대리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갖춰서 대리자가 하는 방법 외엔 전혀 없다고 말한다.

J씨는 최초 기기를 구입하고 가입할 당시 제출했던 '이동전화 이용신청서'를 실제 사용자가 가지고 있으니 제발 해지해달라고 해도 이동통신사 측에선 증빙서류가 될 수 없다고 거절한다.

현재 휴대폰 가입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J씨가 사용하지도 않는 휴대폰 요금을 외국에서 이동통신사에 매월 꼬박꼬박 납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사 측은 일시정지나 분실신고·습득으로 신고하여 납부요금을 줄일 수는 있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그것도 최대 6개월만 허용되고 그후에 계속 납부하지 않으면 실명의자를 추적하여 실명의자에게 납부 독촉을 한다. 게다가 만일 실명의자가 청구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직권해지'를 한 뒤 실명의자를 '신용불량자'로 보고한다고 한다.

월 기본요금이 1만3천원이라고 할 때 6개월 뒤 직권해지 되면 최소 7만8천원이 청구될 것이고 여기에 연체료가 붙고, 직권해지 후에도 요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 이동통신사에 대한 안티사이트에서 소비자 불만을 표시한 소비자 Z씨는 "7만원 미납요금이 있었다가 나중에 해지하려고 보니 20만원이 되어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주장은 미납요금이 7만원, 2달 연체에 기본요금이 6만원 합해서, 13만원이고 직권해지 후 몇천 원씩 쌓여서 합이 20만원이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외할머니 이름으로 사용, 돌아가신 뒤 해지 곤란

이동통신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소비자들의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이동통신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소비자들의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송성섭
어떤 휴대폰 사용자는 외할머니 이름으로 사용하던 휴대폰을 분실해 분실 신고를 했다. 그 뒤 해지하려고 했지만 멀리 살던 외할머니가 사망하여 해지하기 곤란한 상태로 지내다가 사용하지도 않은 요금만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갔다고 불평한다. 이제라도 해지 신청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해도 회사 측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현행 이동통신사들의 관행으로는 실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른 경우 실명의자가 사망 또는 다른 특별한 사정으로 실사용자가 연락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실명의자 사망진단서를 갖추지 않거나 실명의자가 직접 해지 또는 실명의자 대리증빙서류를 갖추지 않으면 휴대폰 사용해지는 불가능하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유치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고객들을 끌어들여 가입시키고 있지만 정작 해지를 할 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해지를 어렵게 함으로써 이동통신사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폰 요금으로 이윤을 챙기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실사용자가 번호 해지해도 피해는 미미

휴대폰 실명의자가 아닌 실사용자 또는 임시 휴대자가 해지를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해지에 따른 피해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동일한 경우와 다른 경우 모두 휴대폰을 분실하여 타인이 단말기만을 도용하려고 해지하는 경우, 미 납부된 사용요금 완납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휴대폰 실명의자에게 미치는 피해의 대부분은 휴대폰 구입비용과 사용번호 상실 정도다.

실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르며 휴대폰을 분실한 경우가 아닐 때, 즉 실명의자가 자신의 명의를 실사용자에게 빌려주어 사용하도록 허락한 경우의 대부분은 실명의자가 실사용자에게 휴대폰을 선물로 양도했거나 직장 업무용도이거나, 실사용자가 구입한 경우 등이므로 실사용자가 해지를 하는 경우 실명의자에게 큰 피해는 없다.

따라서 타인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분실된 휴대폰 단말기를 도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명의자가 아니더라도 실사용자가 해지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실사용자가 해지할 수 없어서 받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와 연락이 되지 않는 실명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선의의 노력들을 이동통신사들은 무시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의 고통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이윤추구에만 급급하다 보면 소비자들의 반발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그로 인한 더 많은 피해의 화살이 자신들에게도 미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