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월 4일 저녁 출국 5개월 만에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에서 회사 전용기인 '보잉 즈니스제트(BBJ)'를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휠체어를 탄 채 귀국한 이건희 회장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갔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답은 자명하다. 삼성은 2·7 발표에서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을 분명히 밝혔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 삼성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자기부정이고 희망이 없다.
삼성이 이 시점에서 선택할 길은 하나뿐이다. 겉으론 삼성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만을 추구하는 세력들에게 참다운 '배신'을 때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낙관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수진영의 반발을 언론에 살살 흘리며 여론을 떠보는 삼성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국민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더욱 과감한 개혁조처를 뒤로 미루면서, 그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호도책은 아닐까 하고.
삼성의 2·7 발표는 그동안 국민들의 비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던 오만한 모습에서 벗어나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용서를 빌고, 스스로 바뀌겠다고 다짐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이다.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 '삼성공화국'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삼성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2·7 발표의 약발은 한 달도 안돼 이미 떨어져가고 있다.
삼성이 2·7 발표로 당장의 위기상황을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안이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4일 귀국하면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삼성의 2·7 발표 때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인인 전문경영인을 앞세웠다. '얼굴없는 사과'로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신뢰를 주기 어렵다. 삼성공화국 논란의 중심에는 온갖 불법과 편법을 주도한 구조본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책임진 사람은 없다.
이제 이건희 회장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할 때다. 그래서 돈 몇푼으로 때우고 넘어가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세금없는 대물림 문제, 전근대적인 경영권 세습문제, 구조본 개혁 문제, 금융-산업자본 분리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소유구조 개선문제, 강압적인 무노조 경영의 대안 마련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곽정수 기자는 한겨레신문 대기업전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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