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함께 밥 먹으면서 정 나누는 마을

궁산마을, 동절기 3개월 동안 매일 점심과 저녁을 공동으로

등록 2006.02.10 09:17수정 2006.02.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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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동식사를 하는 궁산마을 주민들
함께 공동식사를 하는 궁산마을 주민들김성덕
매일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 아마도 가족일 것이다. 그런데 가족이 아니면서도 매일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있다. 전남 영광읍 송림리 궁산마을(이장 한선수)의 주민들.


요즘의 농촌 현실이 그러하듯 40호가 살고 있는 궁산마을에는 거의 모두가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이다. 그래서 밥 먹는 것이 말 그대로 일이 되어버린 것은 당연. 혼자서 먹는 밥상으로 서서히 주민들이 식욕을 잃어갈 때, 1998년 마을회관이 준공되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같이 하던 식사가 드디어 마을 전체의 식사가 되어 버렸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장소인 마을회관
함께 식사를 하는 장소인 마을회관김성덕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 농사일이 거의 없는 농한기. 이때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는다. 쌀은 아무나 생각나면 가져오고 반찬은 차가 있는 사람이 읍내 시장에 갈 때 마련해온다. 물론 텃밭에서 키워온 나물이나 야채를 싸가지고 오는 것은 당연하고….

어떻게 이 많은 부식을 조달할까 걱정일 텐데 도리어 너무 많이 가져와서 쌀이 쌓여있다는 주민들의 설명에 아직 정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마을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설날이면 새해 세배를 공동으로 하고, 마을의 잔칫집에 주민 모두가 참여해 음식 장만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해준다니, 정말 옛 마을 공동체의 진정한 모습을 유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식사후 설거지하는 마을 부녀회원들
식사후 설거지하는 마을 부녀회원들김성덕
매일 40여명이 두 끼를 먹어야 하니 밥 양도 장난이 아니게 많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찌개나 국을 끓여서 함께 먹으니 그것 또한 사실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먹을 식사를 모두가 모여서 함께 준비하니 즐겁고 재미있다"는 부녀회원들. 특히 중심이 되어 활동하는 김금자 부녀회장은 오늘도 기쁘게 밥을 하고 부녀회원들과 함께 설거지에도 열심이다.

제일 젊은 한선수(48) 이장에서부터 가장 연로하신 한중호(81) 노인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 하는 즐거운 식탁. 오늘도 어김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생선찌개와 조기찜, 도토리 묵, 그리고 각종 나물들….


식사를 마치고 즐거워하는 주민들
식사를 마치고 즐거워하는 주민들김성덕
"혼자 먹으면 맛없는데 이렇게 같이 먹으니 얼마나 좋은지…."
"반찬이 없어도 얼굴 보는 것이 반찬이 된다니까."
"모여서 놀이도 하고, TV도 보고, 가족들 이야기, 농사 이야기, 쉴 새 없지…, 맨 날 웃어."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웃음이 함박이다.


밥상에 오르는 반찬이 어떤지 묻자 "호박죽이 제일 맛있었는데…" "아니야 뭐니 뭐니 해도 김치야" "끼니때마다 올라오는 찌개지" "우리 늙은이들에겐 나물이 최고지, 최고" 하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역시 웃음 속에서이다.

3개의 커다란 밥상에 둘러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한 이들. 언제 시작했는지 소주로 반주까지 하면서 즐거워한다. 시중에서 보기 힘든 커다란 밥그릇에 가득 담긴 밥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밥맛이며, 자식이야기를 하면서….

아침 9시경이면 회관에 모이기 시작해 낮 12시부터는 점심, 저녁 6시부터는 저녁, 그리고 밤 10시까지 줄곧 즐거운 웃음. 하루 종일 회관에서 함께 하며 매일 밥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이곳 궁산마을의 하루는 웃음과 즐거움으로, 그리고 함께 먹는 밥상으로 오늘도 즐겁다.

덧붙이는 글 | 영광신문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영광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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