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김수원
졸업 평점 4.0 이상이 목표라는 대학생 정진우(25·신라대)씨는 "요즘 성적 증명서를 받지 않는 기업도 있지만 학점이 성실함을 알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면접에서 같은 값이면 학점 좋은 사람이 뽑힐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학기 중에도 대학생들은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리포트와 발표 등에 신경을 쓰고 중간과 기말시험 때는 도서관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학점 굳히기' 작업은 시험 그 이후에 시작된다.
교수가 성적을 1차로 고시하면 학생들은 전화와 메일은 기본이고 직접 찾아와서 자신의 학점을 '올려' 줄 것을 요청한다. 예전에는 "졸업을 해야 하니 낙제는 면하게 F를 D로 올려 달라"는 식이었다면 요즘에는 "왜 내가 B+냐, A로 올려 달라"는 요청이 많다.
여기에 장학금을 받으려는 학생들까지 가세해 성적 정정 기간이 되면 교수 연구실 앞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학점을 올리기 위해 교수 앞에서 늘어놓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인간극장' 뺨칠 정도다. 레퍼토리는 보통 이렇다.
교수님! 제가 다른 과목은 전부 A+인데 이 과목만 A를 받았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를 짓는데 쌀협상 비준안 통과로 이제 살 길이 막막해져 이번에 장학금을 타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습니다. 어린 동생들도 많아 나중에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최고의 성적으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쯤 되면 교수는 학생의 읍소를 쉽게 외면하지 못한다. 기자가 만난 한 대학생은 "일곱 과목을 전부 A+로 만들기 위해 일곱 번의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물론 이것도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제에서 가능한 얘기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교수들을 일일이 찾아갔다는 한 학생도 "조금 과장된 이야기긴 하지만 집안이 어려운 건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학점 청탁... 교수들은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