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이 나라에는 밥도 하늘도 없습니다!

등록 2005.11.29 10:02수정 2005.11.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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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
바람도 매서운 이 겨울에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낡은 경운기에 트랙터에 트럭에
자식처럼 거둔 나락을 싣고
농민의 아픔 알아주는 이 없는
군청으로 도청으로 청와대로
농민의 목줄 나락을 쌓고 있습니다

이 겨울에
겨울비 내리는 이 겨울에
농민들이 울고 있습니다

대책 없는 쌀 개방은 안 된다고
국회비준 반대한다고 모인 국회 앞에서
어린 자식 같은 전경들에 막혀
물대포를 맞고 곤봉에 맞고 방패에 찍혀
차가운 거리에 내팽겨졌습니다

이 겨울에
바람마저도 시린 이 겨울에
농민들이 소리치고 있습니다

똥값이 된 배추밭을 갈아엎고
누렇게 자란 벼논에 불을 놓아도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누구 하나
농민들의 기막힌 사연에 귀 기울이고
가슴으로 들어주는 이 없습니다

이 겨울에
하늘마저도 우는 이 겨울에
농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느는 빚에 목을 매고 농약을 마시고
거리에서 분신을 하고 맞아 죽어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이 없는 이 나라
이 나라에는 정부도 대통령도 없습니다
이 나라에는 밥도 하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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