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센 금순이'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

감동적 화해 아닌 충격적 외부 사건으로 갈등 해결

등록 2005.10.01 11:27수정 2005.10.0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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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를 했던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가 끝났다. 결론적으로 '금순이'는 굳세었다. 수많은 자극적 소재들과 그로 인해 끊임없이 불거진 갈등은 금순이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지난 9월 30일 끝난 <굳세어라 금순아>
지난 9월 30일 끝난 <굳세어라 금순아>MBC
극 초반부에 나타났던 금순에 대한 동정심은 극이 진행될수록 동경심으로 변모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 대한 관심을 반증하듯, 여러 매체들을 통해 비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는 단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갈등의 해결책은 외부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는 버려진 아이, 남편과의 사별, 이혼, 재혼, 호주제 갈등, 장기 이식 등 굵직굵직한 소재들로 진행됐다. 결말부분에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된다. 재희가 금순과의 결혼문제로 어머니와 갈등하고 있을 즈음, 느닷없이 재희의 생부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들은 출가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싱글(?)이라는 의미다.

재희는 아버지와 화해할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의 만남까지도 추진한다. 아버지의 등장으로 혼외자인 재희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고, 어머니 오미자는 재희의 결혼을 허락하게 된다. 한편 장박사의 병은 영옥과 화해하는 계기가 된다. 이로 인해 가정의 평화가 찾아온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생부의 등장, 병 등과 같은 외부적인 문제를 통해 내부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한다. 주인공들의 갈등은 결국에는 내부의 문제이다.

금순과의 결혼을 허락할 수 없는 오미자와 재희, 장박사가 금순에게 신장이식을 강요한 사실에 분개하는 영옥과 장박사의 갈등은 모두 내부의 문제이다. 이러한 내부의 문제를 소소하지만 감동을 주는 화해를 모색하지 않고 충격적인 외부 사건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허락하고 아프기에 용서한다는 것이 과연 진정한 용서이며 허락인가. 해피엔딩을 위한 불가항력적인 설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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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이기에 포기해야 하는 일과 사랑


여성에게 일과 사랑은 필수인가, 선택인가. 그러면 어머니에 일과 사랑, 가족은 선택인가, 필수인가. 성란과 금순의 삶은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게끔 만든다. 성란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서 일하는 며느리 성란은 조명되지 못했다. 결혼 초기 가사 일과 사회 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일을 고집하던 성란은 전 남편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우주)를 양육하기 위해 일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여성에게 있어 자아 만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실천하던 성란은 결혼생활이 지속될수록 자신의 삶보다 아들과 가족의 행복을 우선시하게 된다. 금순이도 마찬가지다. 금순은 녹즙배달, 미용실 보조 등 아들 휘성을 양육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댁의 보호 아래 있어서 절박한 생활고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자신의 힘으로 아들을 양육하겠다는 금순의 생각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금순이 재희와 사랑하는 관계가 되면서 삶의 치열함은 조명되지 못한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은 없지만 자신의 꿈과 아들 양육을 잘 해내겠다는 금순의 다짐은 재희를 만나면서 희석된 것은 아닐까. 물론 최종회에서 디자이너 시험을 통과한 금순의 모습이 조명되지만 전반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다루어지지 못한다. 미용사가 되기 위한 금순의 노력이 사랑의 고통과 함께 진행되었다면 금순의 성공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금순은 시댁에서 아들을 둔 채 재혼할 것을 강요하자 사랑을 포기한다.

정리하자면, 성란과 금순은 위기 상황에서 일이나 사랑 대신 아들을 선택한다. 자신의 여성성 대신 모성성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모성의 위대함을 다시금 각인시키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유지되어야 하는 모성을 강조한다. 가족드라마다운 귀결이다.

해피엔딩, 그 친절함

특별한 악인이 없는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대개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최종회에 전개된 이들의 삶은 어떠한가. 삼촌네는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고, 은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장박사 내외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금순의 시어머니는 사랑을 찾는다. 또한 성란은 시완의 아이를 임신하고, 태완은 배우로의 입지를 굳히며 금아와 연인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금순은 시댁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드라마는 모든 사람의 인생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종영 이후의 그네들의 삶은 시청자의 상상에 맡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세어라 금순아>는 모든 등장인물의 삶의 방향을 친절히 설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65분이라는 파격 편성을 했다. 시청자들의 <굳세어라 금순아>에 대한 충성은 마지막까지 지속되었다. 그 결과 40%대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과거를 삭제함으로써 얻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과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일 때에 더 많은 감동을 불러올 것이다. 재희가 휘성을 제 자식처럼 키우듯, 혹은 하늘에 있는 정완에게 휘성을 잘 키우겠다는 다짐을 하듯, 금순의 정완에 대한 조촐한 이별식도 보고 싶은 장면 중의 하나였다. 그것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죽은 정완에 대한 죄책감으로 승용차 앞자리에 타지 못하는 금순이의 아픔은 해피엔딩을 위해 다루어지지 못했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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