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준비하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전교생 29명의 정배분교,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여름방학 운동장 캠프 열어

등록 2005.08.30 02:49수정 2005.08.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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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캠프 일정표와 조편성

캠프 일정표와 조편성 ⓒ 공순덕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 경기도 양평군 중미산 끝자락 정배마을에 있는 전교생 29명의 작은 학교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40Km 남짓, 자동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이곳에 정배분교가 있습니다.


학원과 학군을 찾아 모두가 도시로 떠나버려 폐교의 위협을 받는 작은 학교이지만, 이곳에는 스물 아홉 명의 어린이가 자연에서 뛰놀며, 건강하게 학습하고 꿈을 키우며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 작은 학교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함께 하는 캠프가 열렸습니다. 지난 26일(금) 오후 1시. 야영 장비를 잔뜩 준비한 엄마, 아빠와 캠프에 참가하는 28명(2명이 사정으로 빠졌고, 새로 전학 올 친구 재원이가 함께 했습니다) 어린이가 정배학교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7명씩 4개 조를 짜고, 각 조의 이름은 어린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했습니다. 1조 강아지풀조, 2조 쎄븐쾅쾅조, 3조 자연의 얼굴 만사마조, 4조 사슴벌레조. 각 조에는 1명씩의 도우미를 두었습니다. 도우미로 나선 사람은 물론, 엄마와 아빠였습니다. 캠프의 첫 프로그램은 학교 주변의 풀과 나무 알아보기였습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무, 풀, 꽃, 열매 등을 채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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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순덕


a 캠프의 첫 프로그램은 학교 주변의 풀과 나무 알아보기였습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무, 풀, 꽃, 열매 등을 채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준비한 식물도감을 펼쳐보며 확인해나갔습니다. 각 조마다 색색이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고, 네 장을 모으니 학교 주변에 있는 식물 분포를 알 수 있는 멋진 식물도감이 되었습니다.

캠프의 첫 프로그램은 학교 주변의 풀과 나무 알아보기였습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무, 풀, 꽃, 열매 등을 채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준비한 식물도감을 펼쳐보며 확인해나갔습니다. 각 조마다 색색이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고, 네 장을 모으니 학교 주변에 있는 식물 분포를 알 수 있는 멋진 식물도감이 되었습니다. ⓒ 공순덕

늘 보아오던 풀과 나무였지만, 알고 있는 이름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준비한 식물도감을 펼쳐보며 확인해 가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자기가 아는 이름을 대고 확인하는 기쁨, 잘 모르고 있었던 풀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이 시끌벅적, 놀이보다 흥겹게 펼쳐졌습니다.

잎사귀나 꽃잎 하나씩을 떼어 커다란 도화지에 예쁘게 정리했습니다. 각 조마다 색색이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고, 네 장을 모으니 학교 주변에 있는 식물 분포를 알 수 있는 멋진 식물도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저녁 만들기와 식사. 저녁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도록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준비한 코펠과 버너를 준비해 주고, 음식 만들 재료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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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순덕


a 저녁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도록 했습니다. 쌀 씻어서 밥하기, 찌개와 반찬 만들기 모두 각조의 어린이가 함께 도와서 준비했습니다. “식사 준비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인 줄 정말 몰랐다”는 5학년 채림이의 소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녁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도록 했습니다. 쌀 씻어서 밥하기, 찌개와 반찬 만들기 모두 각조의 어린이가 함께 도와서 준비했습니다. “식사 준비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인 줄 정말 몰랐다”는 5학년 채림이의 소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공순덕

쌀 씻어서 밥하기, 찌개와 반찬 만들기 모두 각조의 어린이가 함께 도와서 준비했습니다. 음식 만드는 일은 모든 어린이가 재미있게 했습니다. 몇 명 안 되는 5, 6학년 여자 어린이들이 특히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식사 준비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인 줄 정말 몰랐다”는 5학년 채림이의 소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도와서 만든 요리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각자 자기가 먹고 난 그릇을 닦아 정리하고 나니 영화보는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0인치 정도 되는 큰 스크린을 축구 골대에 걸고, 빔 프로젝트와 앰프·스피커를 연결하니 깜깜한 시골 운동장은 더없이 훌륭한 야외 극장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영화에 몰입하고, 엄마와 아빠들은 그 옆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친목(?)을 다졌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운동장 가운데에 커다란 장작불을 피워 캠프파이어도 했습니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활활 불꽃이 타오르고 꽃송이마냥 불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a 학교운동장에서 펼쳐진 캠프파이어

학교운동장에서 펼쳐진 캠프파이어 ⓒ 공순덕

캠프파이어 장작불에 감자를 구워 먹고, 늦도록 운동장을 뛰놀던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란히 쳐놓은 텐트 속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습니다. 쌔근쌔근 잠든 아이들 옆에서 엄마 아빠들은 새벽녘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캠프 이튿날. 첫 프로그램은 중미산 휴양림 숲 산책입니다. 아침 7시에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아이들은 벌써 일어나 수군수군, 두런거리며 캠프 둘째날의 설레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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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순덕


a 아침 7시, 중미산 휴양림 숲을 산책하며 재미있는 나무와 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벽 숲에서 뿜어지는 음이온과 피톤치드(나무에서 뿜어내는 사람에게 좋은 물질)에 흠뻑 취하고, 눈의 시선이 하늘로 향해 있다는 뱀은 움직일 때 어떤 느낌인지 거울을 얼굴에 대고 하늘만을 보며 걷는 재미난 체험도 했습니다.

아침 7시, 중미산 휴양림 숲을 산책하며 재미있는 나무와 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벽 숲에서 뿜어지는 음이온과 피톤치드(나무에서 뿜어내는 사람에게 좋은 물질)에 흠뻑 취하고, 눈의 시선이 하늘로 향해 있다는 뱀은 움직일 때 어떤 느낌인지 거울을 얼굴에 대고 하늘만을 보며 걷는 재미난 체험도 했습니다. ⓒ 공순덕

휴양림에서 숲 해설을 하시는 학부모님의 도움으로 숲을 산책하며 재미있는 나무와 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벽 숲에서 뿜어지는 음이온과 피톤치드(나무에서 뿜어내는 사람에게 좋은 물질)에 흠뻑 취하고, 시선이 하늘로 향해 있다는 뱀은 움직일 때 어떤 느낌인지 거울을 얼굴에 대고 하늘만을 보며 걷는 재미난 체험도 했습니다.

아침의 숲길 체험 후 이어진 식사에서 아이들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어진 축구경기, 전체가 참가하여 2팀을 만들고, 치열한 승부전을 펼쳤습니다.

결과는, 심판 아빠의 판정은 두 쪽 모두 패한 것으로 결정. 승리에 집착하여 흥분한 친구들이 감수해야 할 결과였습니다. 캠프의 의미까지 다시 생각해야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고 캠프 프로그램을 모두 끝냈습니다. 캠프를 해산하기 전, 함께 만든 식물도감 작품을 평가하고 모두들 푸짐한 상을 받았습니다.

예쁘게 꾸밈상, 다함께 참여상, 식물 아낌상 등. 부상으로는 떡볶이, 어묵 쿠폰, 과자와 문신 스티커, 아이스크림 등이 따랐고, 작은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는 루페와 손으로 만든 멋진 나무 목걸이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정배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1회 여름방학 캠프. 1박2일의 긴~ 여정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캠프 후에도 아이들은 헤어지기 아쉬워 한참이나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한여름의 캠프.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그 자연을 아끼고 키우는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생 수가 작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폐교의 위협에 시달리는 작은 학교. 하지만 행정 편의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가치가 작은 공동체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a 정배학교 전경

정배학교 전경 ⓒ 공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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