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안산의 시민운동

시화호 MTV개발 놓고 찬반 의견 갈려...회원과 시민 생각 골고루 듣고 결정하기로

등록 2005.08.16 15:55수정 2005.08.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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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활동과 실천력을 보이며 대안적 시민역량으로 평가받아왔던 안산의 시민운동단체들이 갈림길에 섰다.

요즘, 군대식 근대화의 마지막 점령지라 할 반월공단과 환경재앙의 상징 시화호를 물적 토대로 삼아 성장해 왔던 안산의 주요 시민운동단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시화호 MTV(멀티테크노밸리) 개발에 대처하는 시민단체의 태도에 적잖은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MTV개발이란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북측간석지 약 300만 평에 첨단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그 이익금을 환경개선 비용으로 쓴다는 계획으로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제한적으로 수용되어 있는 상태다.

MTV개발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의견은 '시화호시민연대회의'를 통해 집약되어 왔는데 여기에는 안산을 비롯 시흥, 화성의 14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그 중 안산이 9개 단체로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주요 쟁점은 크게 개발의 불가피성과 명분 없는 개발 반대 두 가지다.

흡사 인조 때의 주화론-주전론을 연상시키는 대목으로 합리성과 실리의 추구를 내세우는 쪽과 원칙과 소신있는 시민운동 유지라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안산YMCA 부장으로 '시화호시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류홍번씨는 "어차피 우리가 물러서면 수공의 뜻대로 간다. 개발면적을 애초 317만 평에서 220만 평으로 줄인 것도 성과 아닌가. 우리가 뒤집을 수 있는 행정절차도 이미 끝났는데 그나마 친환경적인 개발이라도 요구해야 하지 않느냐"며 무조건적 반대 의견에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개발에 반대하는 안산환경운동연합의 이창수 공동대표는 "MTV개발을 용인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환경파괴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경개선금은 정부와 지자체의 별도 예산으로 조성할 수 있다. 시민운동이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나중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시민운동의 원칙을 강조했다.


애초에 이런 대립은 각 단체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시화호시민연대회의'에서만 있었다. 하지만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자 각 단체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회원과 시민들의 생각을 골고루 들어보는 자리를 갖자는데 합의하게 되었다.

결국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귀를 여는 시민운동의 기본 덕목으로 돌아간 셈이다. 어떤 시민단체 회원은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이 나중에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 온 셈"이라며 늦었어도 시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지금 안산의 시민운동은 갈림길에 서서 그 이정표를 회원과 시민에게 묻고 있다. 주전론-주화론이 그 주장의 타당성보다는 백성을 위하는 것일 때 의미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현재 안산환경운동연합과 녹색소비자시민연대, YMCA 등이 회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단체들이 소속 회원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산의 시민운동은 노동진영과 더불어 종종 성공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 타자의 시각이 정확한 것이었는지 직접 답해야 할 시간이 된 셈이다. 안산의 시민단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선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시화호시민연대회의'는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시화호지속가능협의회'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이 협의회를 통하여 시화호 MTV개발은 물론 화성 남측 간석지 개발계획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협의회는 만장일치 제도를 택하고 있어 이번 안산 시민단체의 선택에 따라 시화호 MTV 개발계획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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