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가기관의 반인권 범죄에는 공소 시효가 없다

등록 2005.08.16 12:00수정 2005.08.16 15:55
0
원고료로 응원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광복 60주년 기념사에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찬성의 뜻을 표했으나, 한나라당은 즉각 격렬하게 반대하였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제안이 소급입법에 해당되며,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주장은 지나치게 법형식주의에 함몰된 해석이다.

해당되는 범주에 속하는 범죄, 즉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의 특성은, 이것이 국가기관에 의해 체계적으로 지원되거나 묵인되거나 범해진다는 점에 있다. 즉, 범죄행위를 소추해야 할 기관이 관련된 범죄이므로, 해당 정권의 집권기간 동안은 이런 범죄가 구명되기를 사실상(de facto)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조건과 관계 있는, 국가기관에 의한 범죄의 두 번째 특성은 '처벌면역성'이다. 이런 범죄들은 상대적으로 계획적이거나 잔혹하다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상응하는 정도의 처벌을 받는 경우란 거의 없다. 범죄기획과 실행 이후의 전과정에 걸쳐서 국가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기간을 인정해 주는 형법규정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가 그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시사할 뿐이다. 이것이 법정신과 공동체정신의 파괴로 이어지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며, 21세기의 국제사회에 어울리는 법규범이라고 볼 수도 없다. 법 자체의 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법형식주의적 해석을 한나라당은 왜 지지하고 있는지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구명 받지 못하고 억울한 삶을 살아온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말로나마) 시원하게 뚫어 주었던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던 정당이 어떤 연유로 (지극히 형식주의적 근거의) '위헌시비'를 제기하는지 과문한 필자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철 기자는 동양대학교 행정경찰복지학부 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철 기자는 동양대학교 행정경찰복지학부 교수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