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황매
우리의 내면을 의인화된 동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흰쥐와 치와와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이 겉 그림으로 있는 <휴머니멀>(황매, 7800원). ‘휴머니멀’은 동물들을 통해서 사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설정만 동물을 빌렸을 뿐 우리네 살아가는 세상과 다를 바 없다. 휴머니멀은 휴먼(human)과 애니멀(animal)의 합성어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들, 숨을 쉬며 살아가는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어느 흰쥐 이야기'에선 전쟁터에 간 젊은이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전쟁은 한 개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그가 지금껏 소중하게 품고 있던 추억도 앗아간다는 걸 이 이야기에선 말하고 있다.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슬프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식의 따뜻함이 있다. 잔잔한 내레이션 스타일로 엄마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감성을 움직인다.
‘당신의 골목은 어떤가요?’에선 팬더가 나와 골목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자살이란 뜻의 ‘수어사이드’에선 학업의 과중한 압박에서 괴로워 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비둘기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고래가 되고 싶어요’에선 가난한 철거민의 이야기를 어린 수달의 그림일기 형식을 빌려 얘기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에 넘쳐 나는 웹툰 중의 하나가 책으로 나왔다고 가벼이 생각하기엔 ‘휴머니멀’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사진을 놓고 정밀 묘사해서 가령 호랑이를 그린 것이구나 하는 것도 있고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치켜뜬 눈에 으르렁거리는 이빨만 강조한 호랑이도 있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를 뿐 결국 그들은 같은 호랑이다.
이 책은 일단 동물들이 사실감 있게 나오니 누가 봐도 '이 동물을 어떤 동물이다'라고 알게 된다. 동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의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작가의 시도가 신선하다. 역시 밑바탕에 흐르는 건 사랑이다. 사랑이란 원재료는 똑같다. 하지만 어떻게 요리하고 정성들여 담느냐에 따라 그것을 맛본 독자들의 평이 나오는 것이다. 조금 부족함이야 본인 자신이 더 잘 알 테니 다음 작품엔 더 좋은 작품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박순구라는 작가 앞으로 주목해도 괜찮을 작가다.
노(老) 작가의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