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엄마아! 어엄마아!"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모자의 아침 작별'을 보며

등록 2005.07.21 09:54수정 2005.07.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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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순진합니다. 이들에 비하면 고등학생들은 중늙은이에 해당됩니다. 특히 중학교 1학년들은 아직도 볼에 젖살이 보얗게 남아 있지요. 설익은 풋 냄새가 말, 행동 하나하나에 배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볼 수 없는 단정함도 있어 더 귀여운 것 같습니다. 말썽꾸러기들에게도 미운 구석은 별로 없답니다.


이들에게 등굣길 아침은, 잠이 덜 깨 몽롱하기도 하고, 무슨 재미있는 일을 꾸미느라 시끌벅적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학생들을 보면서 아침 등굣길 지도를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온지 5년째입니다. 좀 더 일찍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괜찮은 등굣길에서 4살 먹은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제가 지도하는 그 시간에 출근을 합니다. 아이는 엄마 손에 매달려 집을 나섭니다.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 둘 중의 한분도 꼭 따라 나오십니다. 엄마와의 작별 후,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다 같이 모퉁이에 있는 '슈퍼'로 들어갑니다. 아이의 두 손에는 틀림없이 과자와 음료수가 들려 있습니다. 다음, 엄마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 합니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다시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얼마 못 가서 돌아보며 "어엄마아, 어엄마아!"하고 쉰 목소리를 냅니다. 엄마는 돌아보면서 출근길을 재촉합니다. 이런 날은 그런 데로 정겨운 날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박수를 보냅니다.

꼬맹이가 출근(?)하지 않는 날은 엄마의 모습도 볼 수 없습니다. 엄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찍 출근했을 겁니다. 이런 날은 '꼬맹이가 늦잠을 자는가?', '갑자기 철이 들었는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날이 더 많아 안쓰럽습니다. 어떤 날은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다 나오십니다. 할머니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런 날은 보통 그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거나, 큰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가득 묻어 있는 날입니다. 출근 시간에 쫓기는 엄마의 발목을 잡는 아침이 됩니다. 녀석의 가슴에 과자, 음료수를 품고 있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엄마는 가다가 돌아와서 아이를 또 달랩니다. 매달리는 아이의 응석에 엄마는 발걸음을 쉬 떼지 못합니다. 결국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우는 아이를 떠맡기고 갑니다. 이런 날은 직장에 가서도 아이의 모습이 눈에 밟힐 겁니다.


다행히 이런 홍역을 몇 달 치르면서 아이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도 출근길이 한결 가벼워 졌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수월하게 아이를 모시고(?) 올라가는 날이 많아 졌습니다. 녀석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을 지도 모릅니다. 녀석은 세상살이를 그렇게 한 수씩 배워 가는 중입니다.

아이가 "어엄마, 안녕!" 하고 아쉬워하면, 저는 옆에서 "아이구, 잘한다! 엄마 다녀오세요, 해야지"하고 기를 돋워 줍니다.


요즘은, 만날 때마다 이 딱한 '어린 왕'과 서로 눈을 맞춥니다. 저의 관심에 그도 이제는 반응을 잘 보입니다.

과자를 품에 안고 서툰 말로 아침 인사를 합니다.
"아자씨, 안녕하세요."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착하네, 그래야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또 과자 사주지­…."

덧붙이는 글 | 경제적 사정으로 이런 모자간의 아쉬운 아침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릴 적, 엄마의 사랑은 제일 귀한 덕목으로 자식에게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경제적 사정으로 이런 모자간의 아쉬운 아침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릴 적, 엄마의 사랑은 제일 귀한 덕목으로 자식에게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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