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입니다.삶이보이는창
(ㅁ) 말해요, 찬드라
- 지은이:이란주 / 펴낸곳:삶이보이는창(2003.5.15.) / 9000원
이 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몇 만, 아니 몇 십만 사람이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라에도 단체에도 따로 통계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겠다 싶어요. 아무튼 30~40만은 넘지 싶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참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어떤 매체이든 이처럼 많은 외국인노동자 삶과 형편을 제대로 살피며 보여주는 자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서는 외국인노동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작은이(소수자)들 목소리와 삶'은 묻혀 있어요.
성노예(종군위안부)로 애먹었던 할머니들도 그렇고, 의문스런 죽음으로 식구를 떠나보낸 사람들도 그렇고, 한 나라 인구 가운데 1/10이라는 장애인도 그러하며, 이 나라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도 그렇습니다. 농사꾼들이 죽어나는 이야기는 이제 기삿거리도 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나 학교를 오래 다니지 않았다고 차별받는 사람들 이야기는 어쩌다가 사고가 터져야 기사로 나옵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국적이나 인종과 상관없이,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모든 법과 사회규범 적용이 '상식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125쪽〉
우리나라는 돈에 따라, 이름에 따라, 힘에 따라 법과 사회규범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현실이 그래요. "우리에게는 배 깔고 늘어져 있는 경찰을 움직이게 할 힘이 없었다(124쪽)"는 말처럼, 돈이나 이름이나 힘이 없는 사람은 경찰이나 공무원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화 한 통화로 경찰이건 다른 사람이건 참 쉽게 움직입니다. "출입국의 답변인즉 회사가 여권을 압수했건 말았건 비자 연장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니, 이미 불법체류자가 된 그에게는 비자를 줄 수 없다는 것〈100쪽〉"이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인노동자도 고르고 올바른 대접을 받기 어려워요.
그래, <말해요, 찬드라>를 쓴 이란주님은 "한국인 중에도 진료비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노동자들의 사정은 어떠냐 하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선 강도 높은 노동에 종사하면서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30만 명 정도 된다. 이들이 갑자기 병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면,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이라도 진료 받고 약 사는 데 몇 만 원이 훌떡 넘는다…〈62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 나라에서 어렵사리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도 제대로 대접을 받고 올바른 권리를 알맞게 누려야 하는 한편, 한국인노동자도 제대로 대접을 받고 올바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누구나, 돈이든 이름이든 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이 '사람으로 태어난 권리와 보람'을 느끼고 누릴 수 있어야 해요.
한국말을 못한다고 정신병자로 여겨서 여섯 해도 넘게 정신병원에 가두어 놓는 대한민국 경찰이고 공무원이지만, 이들은 어떤 뉘우침도 없고 벌도 받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떤 사장은 외국인노동자를 샌드백처럼 갖고 놀며 폭력을 쓰기도 하고요. 회사가 어렵다면서 품삯을 안 주는 사장들은 한국인노동자한테는 때맞춰 월급을 넣어 주는 한편 상여금도 잘 줍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부터 한국 사람으로 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어야 외국인노동자도 똑같은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장애인이라고 차별을 받지 않아야 외국인노동자도 차별을 받지 않으며, 이 땅에서 슬픈 역사를 가슴에 안고 나이 들어 죽어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지 않아야 외국인노동자도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빚더미에 시름 앓는 농사꾼도 사라져야 외국인노동자 차별도 발을 붙이지 못합니다.
(ㅂ) 이런 책도 한번 읽어 봅시다
우리 사회가 바르게 되자면 우리 자신부터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 하나만 바르게 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기에, 우리 식구, 우리 마을 사람도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착하고 깨끗하길 바란다면 자기부터 깨끗하게 살아야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헤아리고 가누어야겠으며, 자기가 살아가는 터전이 어떠한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남을 괴롭히거나 등치는 일이 아니라 보람과 즐거움을 한껏 누리면서 사람과 자연 모두한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책 한 권은,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한테 시원한 수박 한 덩이가 될 수 있습니다. 책만 너무 많이 읽으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책 많이 읽는 사람은 드물고, 얕고 가벼운 정보와 이야기에만 너무 파묻히고 있는 터라, 자기 자신이나 우리 둘레 삶과 모습에서 너무나 멀어져 가지 싶어요.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이 우리들한테, 또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책들이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드는 책 말고 다른 책들을 찬찬히 살펴봐 주시면 좋겠고, 그렇게 살펴본 책 가운데 '내가 읽어도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싶은 책은 님들 스스로 기꺼이 알려주고 소개해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좋은 책은 혼자만 읽어서는 안 되고, 뭇사람들이 널리 읽어야 참으로 좋으니까요.
| | 소개한 책 네 가지 정보 | | | | [책이름] 숲을 지켜낸 사람들 - 지은이:고다 미노루 / 옮긴이:장윤, 이인재 / 펴낸곳:이크(1999.9.30.) / 7000원
[책이름]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 - 지은이:함광복 / 펴낸곳 : eastward(2002.11.15) / 11000원
[책이름]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지은이:김용희 / 펴낸곳:샨티(2004.8.5.) / 11000원
[책이름] 말해요, 찬드라 - 지은이:이란주 / 펴낸곳:삶이보이는창(2003.5.15.) / 9000원 | | | |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책과 헌책방과 우리 말을 사랑하는 모임인 `함께살기(http://hbooks.cyworld.com)' 게시판에도 함께 올려놓겠습니다.
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삶창(삶이보이는창),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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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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