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5공화국>MBC
"총소리에 놀라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시위대와 한참 떨어져 있더군요.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습니다. 이제 제가 있던 자리로 못 돌아갈 것 같습니다."
-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윤상원의 말
<제5공화국>은 평범했던 광주 시민들이 어떻게 '투사'로 변해갔는지를 보여준다.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도 그런 인물이다. 1980년 5월 18일 오전 9시 40분, 계엄군에 의해 등교를 저지 당한 전남대생 50여명이 시위를 벌일 때만 해도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에 불과했다.
"비상계엄은 뭐고 전국확대는 또 뭐요?"라고 물을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그가 시민군 지도부가 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학생들이 공수부대에 쫓겨 자신이 운영하는 운수공장으로 왔을 때 그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비상계엄이 엄한 시민들 때려 잡는 것"임을 알게 된 박남선은 시민군의 상황실장이 된다.
가상의 인물인 '창수'도 마찬가지다. 순진한 학생이었던 창수는 운수업을 하던 형 창석이 죽자 도청을 지키는 시민군 대열에 합류한다. 형 창석 또한 "대한민국 군인이 국민에게 총을 쏠 리 없다"고 굳게 믿던, 순박한 사람이었다. 형의 죽음과 헌혈하러 병원에 왔다가 얼마 뒤 시체로 돌아온 여고생을 목격한 창수는 결국 시민군에 가담하고 도청에서 최후를 맞는다.
80년 광주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제5공화국>은 80년 당시 광주 사람들이 느꼈던 고립감을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보여 주었다.
"그런데 형, 왜 아무도 안 오지? 지금쯤은 우리가 얼마나 당했는지 아는 사람이 생겼을 텐데... 왜 아무도 안 오지?"(창수)
"오겄지. 아, 너 같으면 부산이나 대전서 이런 일이 생겼다 그러면 안 가 보겄냐?"(박남선)
"전두환이 광주를 그냥 내버려 둘까"(윤상원)
"이제 온 국민이 알 텐데..."(정상용)
그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신군부에 대항해 광주를 도울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신군부의 언론 통제 정책에 의해 광주에서 일어난 일은 철저히 감춰지고 있었다.
시민군들은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고 믿었던 국가에 의해 배신 당하고 죽어간다. 공수부대와 대치하고 있을 때 시민군들은 애국가를 부르고 죽은자의 몸에 태극기를 덮어줬다. 그리고 21일 낮 1시 공수부대가 시민군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개시할 때 신호음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그들이 목 놓아 부르던 '애국가'였다.
드라마는 평범한 시민이었던 창석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의식을 잃어 가는 장면을 공들여 내보냈다. "대한민국 군인이 국민들에게 절대 총을 쏠 리 없다"고 굳게 믿었던 그는 총에 맞은 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거리를 배회한다. 슬픔이나 분노, 고통,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오월 광주의 공수여단... 그들에게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