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하고 조화로운 삶을 찾아서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을 읽고

등록 2005.06.07 02:21수정 2005.06.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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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스콧 니어링과 인생의 동반자로 살았던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라는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던 적이 있었다. 스콧 니어링과 53년이란 짧지 않은 삶을 함께 해 온 헬렌이 그가 죽은 뒤에 쓴 개인적 수상록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인 스코트를 "내 삶에서 태양은 오직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엔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스콧 니어링·김라합 옮김·실천문학사)을 소개 할까한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애쓰는 대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년 1년을 그럭저럭 지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이 얼마지?" 우리는 모든 계획과 목표를 고려하여 필요한 현금액수를 정한 뒤, 그 액수를 벌어들일 수 있을 만큼만 환금작물을 생산했다. 그리고 일단 목표액이 채워지면 다음해 예산을 세울 때까지 생산을 중단했다…."

188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한 탄광 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스콧 니어링은 그로부터 꼭 100년 뒤인 1983년 메인 주 하버사이드에서 페놈스콧 만을 바라보며 고요히 죽음을 맞이했다.

철저한 채식주의와 검약한 생활을 했던 그는 100살이 되어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되었을 때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스콧 니어링을 '가장 완전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자이며 사회학자인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교수를 하며 왕성한 저술활동과 강연을 했고 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1911년<아동 노동문제의 해결책>이란 책을 출간, 1917년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려 할 때 <거대한 광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그런 선구자적 생각과 굽히지 않는 소신 때문에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대학에서 쫓겨났으며 일체의 활동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그는 부와 가난 사이의 극심한 모순과 착취의 불공정, 계획적인 대량살상과 파괴를 폭로했기 때문에 해고 되었던 것이다. 그는 서구문명의 탐욕과 권력에 굶주린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과학 문명의 발달, 전쟁 등으로 인한 지구 전체의 황폐화를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어떤 전쟁에서든 최초로 희생되는 것은 바로 진리라는 옛말이 있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쟁은 진리와 인간적 품위, 예절을 부정할 뿐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과 사회의 진보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나는 당당히 증언할 수 있다."

스콧 니어링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은 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그에게 다가온 헬렌과 동행하는 삶이었다. 많은 나이차를 극복하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한 그들의 삶은 아름답다. 그들은 '생계를 위한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좋은 사람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4시간'으로 매일 생활하며 자연과 더불어 자급농을 하며 살았다.


버몬트 언덕에 자리 잡은 농장에서 처음 20여 년간 자급농 생활을 하며 그 경험을 토대로 한 <조화로운 삶>(loving the good life)라는 책을 출간했다. 버몬트에서 단풍시럽과 사탕을 만들며 살던 그들은 그 후, 메인 주의 바위투성이 해안으로 옮겨 외딴 농장에서 조용히 만년을 보냈다.

서구문명의 틈바구니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금식, 소박한 식사, 운동, 휴식, 자급농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여행과 강연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살았다. "네 자리에 남아 진리가 이끄는 길을 가라"는 목소리를 따라 그는 고독하지만 소신 있는 결단을 하며 자기의 사명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개인적으로 스콧 니어링의 자연친화적인 삶과 검소한 삶의 방식에 공감하며 매력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젊을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청렴하고도 여유롭고 부지런하며 꺾이지 않는 이상과 불굴의 의지로 살아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1911년에 썼던 그의 좌우명대로 실천적으로 살다간 사람이었다. 그의 좌우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미리 계획을 세울 것, 일관성을 유지할 것,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그날, 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 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자료를 모으고 체계를 세울 것. 연구에 온 힘을 쏟고 방향성을 지킬 것. 쓰고 장연하며 가르칠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은 그가 80세를 넘어서 비로소 쓴 책으로 그의 사상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자서전 이라기보다는 그의 삶을 관통해온 진보주의적 사상과 이념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가 어떻게 이 자서전을 썼는지는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 서문에서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은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자신을 중심으로 그려내는 보고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자기 이야기에만 국한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서전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그리고 전체의 일부로서 느끼고, 사고하고, 행동한다. 나는 이 세 가지 차원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쓸 이야기는 이 셋을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자서전은 한 개인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그 개인이 살아온 시대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도서명:스콧 니어링 자서전
지은이:스콧 니어링/김라합 옮김
출판:실천문학사/2000.5.1 발간
판매가:12000

덧붙이는 글 도서명:스콧 니어링 자서전
지은이:스콧 니어링/김라합 옮김
출판:실천문학사/2000.5.1 발간
판매가:12000

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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