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최서희는 살고 자미부인은 죽었나

<토지>와 <해신>의 두 여주인공의 삶

등록 2005.05.29 16:44수정 2005.05.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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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두 드라마 <해신>과 <토지>가 52회로 종영되었다. 특히 <해신>의 자미부인, <토지>의 최서희가 주목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최서희를 주목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자미부인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더 큰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두 드라마의 결말 부분에서 자미부인은 죽고, 최서희는 생을 지속한다. 이들의 생과 사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나? 그들의 삶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미모와 지략을 겸비한 상류층 여인

자미부인은 통일신라 진골 귀족이고, 최서희는 만석 재산을 가진 양반가문의 유일한 혈육이다. 게다가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자미부인은 태생적으로 강한 성취욕을 지닌 인물이다. 끊임없는 탐욕이 있었기에 막강한 재력을 가질 수 있었다. 최서희도 강한 생명력과 지략을 갖춘 여장부이다. 조준구에게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해 매점매석, 부동산 투기, 친일을 가리지 않는다. 또 그 덕분에 성공한다.

이처럼 두 여성은 상류층 출신으로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로맨스 유무


이들의 성공 뒤에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있다. 자미부인에게는 '교위' 능창이 있고, 최서희에게는 김길상이 있다.

최서희와 김길상은 아씨와 하인에서 아내와 남편으로 관계가 진전된다. 김길상은 여러 측면에서 최서희를 보호한다. 어린 시절 조준구로부터 보호했고, 최서희와 결혼함으로써 최참판가의 대를 이었으며, 독립운동에 투신함으로써 친일파 최서희를 보호한다(드라마에서는 친일파 최서희가 독립운동가 김길상을 보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녀가 독립운동가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친일행위는 용서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남편(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본을 축적하고 친일을 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가 하면 자미부인과 능창은 주인과 보디가드의 선을 넘지 않는다. 이들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믿음으로 유지되는 관계이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자미부인이지만 능창만큼은 신뢰한다.

과거 주인과 하인(보디가드)의 로맨스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자미부인과 능창의 로맨스를 보고 싶어 했지만 그들은 통속적인 남녀관계로 진전되지 않았다. 이들의 관계는 남녀 관계의 기존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면죄받는 조건이 가족의 유무?

자미부인의 불행은 그 자신의 성격적 결함 때문이다. 과한 욕심으로 인해 비극적 종말을 맞은 것이다. 자미부인의 어린 시절이나 성격 형성 과정은 다루어지지 않고 현재의 자미부인만이 조명된다. 이로써 자미부인을 동정할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최서희는 동정 받을 부분이 상당히 많다. 과정보다 결과, 즉 연약한 소녀의 몸으로 가문을 지켜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최서희의 성공담은 비난받기보다는 동정받는다. 친일행위는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문을 위해서라고 정당화시킨다.

결과가 좋다면 과정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가. 어쩔 수 없는 친일 행위는 용서받아야 하나. 생계를 위해, 명예를 위해, 가족을 위해 한 친일은 용서받아야 하는가. 김두수와 나 형사 등도 용서받아야 하지 않는가.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최서희의 변명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최서희를 부각시킴으로써 친일행적을 비판할 여지가 차단되었다. 가족 때문에 힘들지만 가족 덕분에 친일파로 매도되지 않는 인물인 최서희에게 강조되는 것은 여성이기보다 모성이다.

그에 비해 자미부인은 가족이 없다. 그녀는 모성성이나 여성성이 모두 거세된 인물이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녀는 욕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모든 행동 오직 탐욕 때문이라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지나친 욕망을 자제한다. 이처럼 자미부인의 죽음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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