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인물, 김길상

등록 2005.05.25 17:36수정 2005.05.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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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모르는 김길상은 절에서 자랐다. 타고난 그림 재주로 인해 금어스님이 되고 싶었으나 자신의 바람과 달리 최참판가의 종으로 살게 된다. 이후부터 충직한 종으로 최서희 곁을 지킨다. 그는 평사리에서 조준구로부터 최서희를 구해내고, 용정에서 최서희가 부를 축적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

그는 건강하고 잘 생긴 젊은이로서 봉순이, 송애 등 여성의 관심을 받는다. 이런 그를 이상현의 아버지 이동진은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평가한다.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최서희가 현실을 택하면서 김길상은 최서희의 남편으로 간택된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김길상은 최서희를 거부하지만 마차전복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혼 후 하인에서 주인이 된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자신의 내부와 외부에서 높아지자 고뇌한다.

최서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정에 홀로 남아 독립운동에 가담한다. 김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된다. 천성적으로 고고함과 범치 못한 위엄을 가지고 있어 제2의 이동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는 서희의 남편, 환국이나 윤국의 아버지,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로 그들이 인생의 지표로서 기능한다.

소설에서 김길상을 서술하는 방식은 최참판가의 남성들이 다루어졌던 서술방식과 유사하다. 그 자신은 부정하지만 그 역시도 최참판가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최참판가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은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상징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그런 점에서 최치수와 김길상은 유사하다.

원작에서 상징적으로 그려진 김길상은 무엇보다 표정연기가 중요하다. 따라서 원작과 유사한 1987년 드라마 <토지>는 표정 연기의 비중이 높다. 이와 함께 1987년 작품에서 부각시킨 것은 인간 김길상이다. 소설이 완간되지 않아서 김길상의 모습이 그려지지 못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옥이네나 기생들의 관계를 통해 본능에 충실한 인간으로 형상화되었다. 또한 그가 경상도 방언을 구사하는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2005년 <토지>에서 김길상 역을 맡은 유준상은 경상도 방언을 구사하지 않는다. 하인이었을 때 방언을 구사하던 그는 최참판가의 바깥주인이 된 후 방언을 구사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드라마에서 최서희가 김길상에서 표준어를 구사하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드라마의 관습상 방언은 주로 조연(하인)들에 의해 구사되기 때문에 주인공(상전)인 김길상이 방언을 구사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작용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인간 김길상의 방황(특히 여자관계)이 주목받지 못한 대신에 이상적인 인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원작과 달리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독립운동을 부각시켜 이상적인 인간 김길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쉽게 만든다. 일본군과의 총격전이나 징용을 피해 온 청년들을 도와주는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그가 상징적인 인물이 아닌 구체적인 인물로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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