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어두운 꽃, 앙현

등록 2005.05.24 16:14수정 2005.05.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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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얼굴에 오뚝한 콧날, 맑은 눈을 가진 이양현은 아버지 이상현을 닮아 맑은 인상이다. 이러한 외모에 구김 없이 자란 밝은 성격은 그를 더욱 싱그럽고 아름답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이양현은 피폐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최참판가에서 꽃으로 인식된다.

양현은 최서희의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친부모를 잊지 못하고 살고 있기에 가끔 그늘을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서울에 있는 의전에 입학하면서 진주를 떠나 최환국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여린 성격인 그녀는 의사 일을 버거워하기도 하지만 박애정신을 가진 의사의 삶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사람을 부분으로 갈라놓고 생물로, 물체로 들여다보고 있는’이라는 양현의 말에서 그녀가 외과의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다수 여의사들이 산부인과나 소아과를 담당하는 등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맡았던 것에 비한다면 양현이 담당하는 외과는 남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양현이 여리기는 하지만 강인함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사랑을 선택하는 방법에서도 알 수 있다. 양현은 자신을 사랑하고, 키워준 최서희나 최윤국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난다. 그녀가 사랑하는 송영광이 사회가 원하는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그녀가 근대적 여성임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이양현은 최서희, 유인실, 임명희의 삶을 조금씩 닮은 인물이다.

이처럼 양현은 최서희, 임명희의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어머니 기화를 불행한 삶을 가슴 속에 담아놓고 산다. 의사이지만 아편쟁이 기생의 딸이라는 사실은 양현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어둠을 더욱 짙어지게 만든 인물이 바로 송영광과 황덕희, 그리고 최윤국이다. 윤국의 부담스러운 사랑, 구름 같은 송영광을 향한 사랑과 불안, 집안에서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황덕희를 통해 갈등한다.

SBS <토지>에서 진주경찰서장인 곤도는 의사인 양현을 군의관으로 전선에 보내려고 한다. 양현을 지키기 위해 윤국이 대신 자원입대한다. 이후 송영광을 찾아 하얼빈으로 가지만 이루어지지 못하고 헤어진다. 이후 귀국해 최서희와 화해한다.

그러나 아들인 윤국을 두고 왜 딸인 양현을 군의관으로 보내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직업이 있는 양현이 여성으로서 군의관으로 징용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자원이 아닌 강제 징용이 가능한가? 물론 여성이 정신대가 아닌 군의관으로 간다는 것이 새로운 관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들이 있는 상황에서 딸에게 군의관이 차출된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되지가 않는다. 이는 윤국의 사랑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기 위해 이용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인배우 장희진은 밝은 양현을 그려내지 못했다. 한결같이 무표정한 장희진은 사랑스러운 여인 양현의 이미지를 찾아낼 수가 없게 만들었다. 순수하고 맑은 양현과는 대조적으로 양현이 겪어내야 할 비극적 상황의 배치는 시청자들의 동정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양현은 그러한 동정의 여지를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몰입을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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