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의 여주인공 <토지>의 봉순

등록 2005.04.27 00:23수정 2005.04.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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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미혼모, 아편중독, 자살. 멜로드라마의 전형인 비련의 여주인공이 바로 봉순(기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착한 여자 봉순의 삶은 통속 그 자체이다.

본시 성정이 강한 편이 아닌 봉순에게 인생은 가혹했다. 만약 최서희가 간도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봉순은 여느 아낙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전인 최서희는 간도로 떠났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던 유일한 끈인 김길상이 떠났다. 한순간 상전과 님을 잃은 봉순은 결국 소리 기생이 된다.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어린 딸을 남긴 채 자살한다. 그녀가 자살을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정석에게 있다. 동생으로 여겼던 정석의 사랑 고백과 이로 인해 그들 부부가 갈등하자 도망치듯 자살한다.

KBS <토지>에서는 김수정→전미선→김희진이, SBS의 <토지>에서는 김한비→함은정→이재은이 맡았다. 원작과 유사하게 그려졌던 KBS <토지>와 달리 SBS <토지>는 많은 부분 변형되었다. 그 대표적인 부분들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변형은 봉순(이재은)과 조준구의 관계이다. 봉순은 간도로 떠나지 못하고 조준구에게 잡혀 겁탈 당한다. 이후 봉순이 최서희의 복수에 가담하면서 조준구와의 만남이 빈번해 진다. 조준구에게 겁탈하는 장면이 필요했는가는 의문이다.

겁탈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이 아니더라도 이전 조준구의 행적은 이미 그는 완벽한 악인으로 인식케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준구의 성격이나 악행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과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이상현을 사이에 둔 봉순과 임명희의 관계이다. 분명 그들은 이상현과 연관된 인물이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는 못한다. 기생 봉순(기화)와 신여성 임명희를 배치시켜 놓음으로써 극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SBS <토지>에서는 봉순 역을 맡는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판소리 구사 역시 잘 소화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KBS <토지>에서 전미선과 김희진이 소리를 하지 않아 명창 봉순을 형상화해내지 못했던 것과 대조된다. 준비된 배우가 맡았던 SBS <토지>의 봉순 역은 그래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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