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텃밭으로 달려가는 도시농부들 이야기> 안철환 지음 / 소나무 / 9천원소나무
안철환씨가 쓴 <틈만 나면 텃밭으로 달려가는 도시농부들 이야기(이하 '도시농부들 이야기')>(소나무). 고심 끝에 내놓은, 이 지나치게 긴 제목의 책은 '바람들이 농장'의 도시농사꾼들 이야기다.
바람들이 농장은 주말농장이다. 다섯 평씩, 열 평씩 텃밭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그래도 흙이라도 좀 밟아 보며 텃밭을 일군다. 그런데 이 회원들이 주말에만 오는 게 아니라 어째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린다.
아침 일찍 출근 전에 들러 밭을 돌보는 아저씨, 한낮에 아기를 들쳐 업고 밭을 매는 아줌마, 저녁이면 그날 먹을 저녁거리를 솎으러 오는 가족…. 조그만 텃밭에는 가지, 고추, 상추, 옥수수, 오이, 들깨 잎이 싱그러운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함께 두레농사를 짓는 콩밭도 보이고, 더 놀라운 것은 공동으로 논농사까지 지었다는 것.
지난해, 바람들이 농장 회원들은 함께 기른 콩으로 가을에 두부 만들어 먹는 잔치도 열었다. 모두들 초보 농부들이지만 안철환씨의 지도로 벼농사까지 지었으니 당당한 농부라 할 만하지 않은가. 농사짓는 재미에 폭 빠진 도시농부들은 낮에는 각자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틈만 나면 밭으로 달려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투잡스족인 셈이다.
봄에 뿌린 씨앗에서 오물오물 터져 나오는 새싹을 보며 어쩔 줄 모르고, 끝없이 기어 나오는 벌레들과 처절한 전쟁을 치르고, 음식물 쓰레기로 함께 퇴비를 만들고, 처음 해보는 논농사에 논에 물이 안 차서 발을 동동 구르고, 뙤약볕 아래서 무섭게 자라는 풀 매기의 공포에 떨고, 함께 끓여 먹은 뜨끈한 가마솥 수제비 맛에 신이 나고, 가슴 뭉클한 수확의 감동을 함께 나눈, 농장 회원들의 농사 이야기를 편집하다가 실은 나 또한 이렇게 마음먹었다.
'그래, 올해는 나도 다시 텃밭을 일궈보는 거야.'
도시에서 밥상 자급하기
나도 나름대로는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일궈 본 경력이 3년이다. 그런데 이것이 봄에 씨를 뿌리고 욕심껏 모종도 갖다 심을 때는 의욕에 불타다가도 한두 번 때를 놓치고 나면 슬슬 꽤가 생기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