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바람만 막으면 가게가 된다. 가게의 내부 모습최종술
"꼼꼬레덴(깍아 주세요)."
큰 상자를 옆으로 세워 놓은 듯한 가게 앞에서 이민철 팀원과 기자가 애원해서 5다카(약100원)를 깍았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전화를 하고 요금을 흥정했던 것이다.
방글라데시는 물가가 고무줄이다. 내국인에게 제시하는 물건 값과 한국인에게 제시하는 물건 값이 판이하게 다르다. 심지어 전화 요금도 흥정이 될 정도이니 말 다한 것 아닌가?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면 통화 시간과 별 관계가 없다. 신호음이 울리면 시간이 카운트된다. 그리고 1분 단위로 값이 올라가는데 1분에 20다카를 지불해야 하고 1분 10초도 2분으로 간주하여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전화는 휴대폰을 대여한다. 전화비가 모자라 깎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탓도 있지만 옆 가게에서 눈독을 들여 놓은 '빤'이라는 식품을 먹어 보고 싶었다.
빤이란 것은 방글라데시인들의 기호식품이다. 이파리 위에 열매 말린 것 같은 것과 작은 알갱이들과 소다를 얹고 싸서 입에 넣고 오래도록 씹어 그 즙을 빨아먹는데 입과 이를 빨갛게 물들인다.
약간 중독성이 있고 배가 부를 때 빤을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고 한다. 다카 시내에 있는 큰 식당에서 나오는 것과 이런 시골 구멍가게의 것은 제품이 질이 다르다고 한다.
가게 아저씨가 내미는 것을 받아 입에 넣고 꾹꾹 씹었다. 목이 텁텁하고 맛이 이상했다. 자꾸 씹으니 입 전체가 붉게 물들고 어질어질하다. 입 안에 마비가 왔다. 마약 성분이 있는가 보다. 1잎에 1다카(약20원).
침을 뱉으니 입에서 빨간 침이 나왔다. 빤을 거의 평생 먹어 오거나 빤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 사이에 검은 자국과 잔 찌꺼기가 있어 보기가 흉하다. 아마 빨간 물이 베어서 그런 가 보다.
이민철 팀원과 기자는 학교로 돌아가는 내내 어지러워 걸음걸이도 술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려야 했다. 참 난처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