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온갖 경영, 이 책 안에 있소이다

[인터뷰]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공동저자 박기찬 이윤철 이동현

등록 2005.03.22 00:05수정 2005.03.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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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기찬(인하대 경영대학장), 이윤철(한국항공대 경영학과),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부) 세 경영학과 교수가 모여 시쳇말로 ‘사고’를 쳤다. 경영학 100년사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책 30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더난출판 펴냄)를 내놓은 것.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이윤철, 박기찬, 이동현 교수.

박기찬(인하대 경영대학장), 이윤철(한국항공대 경영학과),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부) 세 경영학과 교수가 모여 시쳇말로 ‘사고’를 쳤다. 경영학 100년사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책 30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더난출판 펴냄)를 내놓은 것.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이윤철, 박기찬, 이동현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어떤 한 분야에 대해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책과의 만남이 필수적이다. 그 분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독서라 할 수 있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독파해나가면서 차곡차곡 지식을 쌓으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지간한 끈기가 없으면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찾는 흔한 방법은 누군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을 이용하는 일일 것이다. 너무 바빠서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정치인이나 경영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 중의 하나가 책 요약본이라잖은가.


교양을 쌓겠다는 열의만 있으면 이같은 무임승차(엄밀히 얘기하면 책값과 읽는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유임승차이다)는 무죄다. 그런데 그런 책이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심한 자의 마음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경영’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속으로 쾌재를 불러도 된다. 박기찬(인하대 경영대학장), 이윤철(한국항공대 경영학과),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부) 세 경영학과 교수가 모여 시쳇말로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경영학 100년사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책 30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더난출판 펴냄)를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책을 찾지 못했으니까 팩트의 정확성 여부는 잠시 유보하기로 하고, 일단 말부터 꺼내면 ‘세계 최초’의 시도이다.

이렇게 큰 사고를 친 세 교수를 함께 만나봤다.

애인도, 친구도 경영하는 시대

요즘은 거의 모든 것들이 경영의 대상이 된다. ‘경영’은 실과 바늘처럼 으레 그 앞에 따라붙면서 독점적 사용권을 행사하던 ‘기업’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국가, 학교, 병원, 교회…. 심지어 가정, 아니 친구나 애인도 경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경영에 대한 지식은 특정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 모두에게 필요한 교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의 출간은 ‘현대인이 알아야 할 경영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독자들이 부담 없이 경영에 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는 어떤 책?

이 책은 경영의 100년사를 주도해온 고전과 명저 30권의 재해석을 통해 경영의 주요 흐름을 살펴본다.

<과학적 관리법>의 테일러를 비롯 ‘14대 관리원칙’을 주장한 앙리 파욜, 공식적 권한에 기반을 둔 관료제 조직을 표방한 막스 베버 등 경영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3대 인물을 시작으로 하여 1960년대까지의 고전 10권을 1부 ‘경영의 시대를 열다’에서 다룬다.

2부 ‘경영의 전략을 발견하다’에서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배경으로 ‘경쟁’과 ‘일본 기업 배우기’ 열풍을 감안한 11권의 책을 정리했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인기를 끈 경쟁과 전략에 관한 책들이 주로 검토됐다.

그리고 마지막 3부 ‘경영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다’에서는 키워드를 ‘핵심역량’과 ‘혁신’, ‘종합적 사고’에 두고 9권의 책을 검토했다. 1980년대까지 주류를 이루던 개념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성과와 직결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는 미시적 관점의 책들이 주종을 이룬다.

이 책은 또 전반적으로 독자들이 쉽게 요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 아이디어, 시놉시스(구성), 주요 내용 리뷰, 현대적 시사점, 저자 소개 및 도서정보 등 다섯 가지 세부항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 조성일

a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더난출판)를 펴낸 이윤철, 박기찬, 이동현 교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더난출판)를 펴낸 이윤철, 박기찬, 이동현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선 이들 세 집필자로부터 책을 낸 소감부터 들어보자.


“책을 쓰면서 그동안 안 읽었거나 못 읽었던 책까지 읽어가면서 경영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더듬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요점을 정리하고, 그리고 재해석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세 집필자 중 연장자인 박기찬 교수가 먼저 입을 뗐다. ‘드디어 세 친구가 사고(?)를 쳤다’에서 ‘책이 잘 나왔다’(책의 제작 상태를 일컬음)는 주변의 반응까지 전하자, 이동현 교수가 곧바로 박 교수의 말을 이어 받았다.

“일단 경영의 역사 100여년의 주요 흐름을 정리했다는 점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 다행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960년대 이전의 책들 중에는 상당수가 우리 나라 말로 번역조차 되어 있지 않아 일반인들이 거의 접해볼 수 없는데, 비록 요약이긴 하지만 그 내용을 접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래서 번역이 안 된 책들이 많이 출판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이동현 교수의 소감을 받아 이번에는 이윤철 교수가 말꼬리를 물었다.

“책을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번역된 책들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오역이나 누락 같은 일이 다반사여서 원전과 대조해 보면서 작업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일부 번역본은 품절되어 접할 수 없기도 했구요. 물론 저희의 분석이 다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해 없기 바라면서, 어쨌든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만든 이 책이 많이많이 읽혀서 경영에 관한 교양이 대중화 되었으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경영의 교양 과정에서 꼭 만나야 할 책 30권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지만, 꿰일 구슬의 질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어떤 구슬로 꿰었느냐에 따라 ‘보배’의 가치가 달리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의 구슬들, 다룬 책들이 과연 어떤 책들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해서 다음 질문으로 이 책에서 다룬 책 30권을 어떻게 선정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책을 선정할 때는 집필자들인 이들 세 교수 외에 임성준(중앙대 경영학과), 김재구(명지대 경영학부) 두 교수도 참여했었다.

“시대를 대표할 만한 영향력이 있느냐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꼭 학자들이 아닌 경영자나 컨설턴트 등이 쓴 책이라도 당시 기업 또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책에 우선 점수를 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은 책의 내용이 지금의 사회나 기업에 교훈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경영학의 여러 분야가 골고루 안배되도록 물론 나름대로 고심도 했구요.”

이번에는 이동현 교수가 먼저 대답했다. 이런 기준에서 선정위원들 각자가 자신의 전공을 중심으로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책 리스트를 뽑아 종합해 본 결과 100여권이나 됐다.

a 박기찬 인하대 경영대학장

박기찬 인하대 경영대학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일단 리스트에 오른 책들을 놓고 하나하나 논의해 나갔습니다. 당연히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명쾌하게 의견 일치를 본 경우도 있었지만 논쟁이 오고갈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만 한 권의 책을 통해 여러 사람의 견해를 천착할 수 있는, 이를 테면 변증법적 통일을 한 책이 있으면 그 책으로 골랐습니다. 30권이라는 제한이 있기도 했고, 또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면서 박기찬 교수는 자신들이 선정한 30권 말고도 더 넣어야 할 책은 많겠지만, 이 책들 중 뺄 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책을 골랐다는 얘기인데, 이윤철 교수 역시 박 교수의 이같은 의견에 대해 보충 설명하면서 다만 많이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회계나 재무관리 분야의 책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1911년에 나온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에서 시작해 가장 최근인 1996년에 출간된 <균형성과표>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고전들은 지금까지는 물론이거니와 1백년 후에도 독자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만큼 목록에 대해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사실 이들이 책을 선정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시대 구분도, 어떤 방식도, 가령 인물이냐 주제냐 하는 가이드 라인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서술을 위해서는 시대별로 나누어서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크게 3가지로 시대를 구분했다.

대량생산과 소비가 시작되고 기업의 무한 성장이 이루어졌던 191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를 경영개념 출범기, 본격적인 경쟁과 환경변화가 시작된 1970년에서 1980년까지를 경영전략 출현기 그리고 더욱 복잡해진 환경과 심화되는 경쟁의 시대인 1990년대에서 2000년까지를 경영활동의 지배기로 구분했다.

집필도 이 시대구분에 따라 세 집필자가 나누어 맡았다. 앞부분인 경영개념 출범기는 박기찬 교수가, 경영 전략 출현기는 이동현 교수가 그리고 경영활동의 지배기는 이윤철 교수가 각각 집필했다.

“아무래도 1970년대 있었던 오일쇼크가 경영학에서는 하나의 분수령이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글로벌라이제이션 역시 경영학의 시대 구분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시대 구분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던 박기찬 교수는 서둘러 논지를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왜 ‘경영의 교양’으로 결정됐는지로 옮겼다.

부담스럽기만 했던 ‘교양’서 쓰기

‘교양’이란 용어에 대해 박 교수는 다른 두 이 교수들 보다 훨씬 더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제가 알고 있는 교양이란 의미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인데, 주로 논문을 써야 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글을 놔두고 대중적인 글을 써야한다는 게 솔직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교수들의 눈을 많이 의식했었습니다. 책제목에 ‘교양’이란 말이 들어가는 줄도 몰랐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도 처음에는 굉장히 딱딱하게 썼는데 편집자가 이 책은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자꾸 독자층에 대한 인식을 상기시키더군요. 결국 여러 번 다시 썼습니다.”

박 교수는 ‘교양’이란 단어가 부담이 됐겠지만 ‘교양’이기 때문에 혹시 있을 수 있는 학문적 비판을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맞장구에 세 교수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웃었다.

‘경영의 교양’이란 의미는 기업이나 개인이나 경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적 소양과 지식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한데 세 교수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애초 이 책을 기획할 때 특정 계층을 위한 전문지식으로서의 경영지식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교양으로서의 경영지식을 정리해보자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반적 교양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영이라는 범주 안에서 경영자가 두루 알아야할 지식들을 ‘경영의 교양’이란 뜻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a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렇게 말하는 이동현 교수는 대중과의 만남을 좀 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경영학 자체를 교양 컨셉트로 접근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애인이나 친구도 경영을 해야 하는 시대의 경영학은 월급쟁이나 자영업자나 누구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사용하는 용어 역시 쉽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고객관리’니 ‘CRM'이니, 라고 말하는데, 이는 표현만 다를 뿐 ‘단골고객 제대로 관리하기’가 아닌가. 이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이윤철 교수가 여기에다 현대적 개념을 보탰다.

“요즘 새로 뭐가 나왔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용어만 들어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미 나온 것을 용어만 다르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결국 어떻게 설명되어지더라도 경영의 뿌리는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경영의 원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고전과 명저로 경영의 주요 흐름 살펴

그렇다면 교양으로서의 지식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 문제가 제기되기 마련이다. 경영 지식의 범주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해서 이 책은 여러 가지 방안들을 논의한 끝에 ‘최선’이나 ‘첨단’만이 어깨에 힘줄 그런 경영의 시대정신을 배반(?)하고 ‘고전’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현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 논리가 유효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1980년대에 나온 책만 해도 매우 오래된 책으로 취급합니다. 오래됐다는 얘기는 용도폐기된 책이란 의미죠. 그러나 기본 원리는 오래된 책에 더 많습니다. 고전하고 경영은 잘 어울립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 대부분이 미국 중심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물었다. 왜 미국 책들 위주로 선정했느냐고. 그러자 이번에는 이윤철 교수가 총대를 메고 대답했다.

“1970년대 이후부터 일본 책들이 몇 권 들어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미국 책이 중심인 것이 사실입니다. 경영학은 자본주의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데 그 자본주의가 미국 중심으로 발전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공황도, 그 공황의 극복도 다 자본주의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자연히 미국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동현 교수는 “박기찬 교수는 프랑스에서, 이윤철 교수는 일본에서, 그리고 자신은 한국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이들 세 사람들 중 아무도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미국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경영서 중에서는 선정할 책이 정말 없었는지 물었다.

“한국에도 물론 경영학 책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에 대한 재해석하는 책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총수의 어록을 정리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a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실 두어 권 검토하긴 했었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목만 했다고 했다. 또 한 책을 선정했을 경우 자칫 선정된 책이 한국의 경영을 대표하는 책으로 확대 해석될 수도 있는 부작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들은 털어놨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저런 이유가 있더라도 이젠 고전이나 명저 반열의 한국의 경영서가 나올 때가 됐다는 것이 세 집필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박기찬 교수는 행정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다산의 <목민심서> 같은 책에 주목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산의 주장이 파욜의 사상에 다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 과제는 한국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좋은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전 세계의 범용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선진 경영기법을 들여와 한국적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되면 그게 곧 한국의 경영인 것입니다. 정주영씨가 사망하고 현대의 경영이론은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잘 정리했어야 하는데 아쉽죠. 어쨌든 경영의 한국화가 이젠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그러면서 이동현 교수는 경영학이 최근에는 모델과 이론화가 구체적이고 전문화되면서 상당히 딱딱해졌는데, 이같은 확산 추세에 있는 경영현상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경영기법이나 분석 모델 등을 풀어서 해체하여 대중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책을 읽고 정리하는 문화적 차이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마쓰시다 고로스케가 죽고 나서 20~30권의 책이 쏟아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문 연구자도 있지만 기업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이나 협력업체 사람들이 썼다는 사실입니다.”(이윤철)

경영의 고전들이 주는 현재적 의미

그럼 이 책에서 다룬 경영서들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책은 비록 30권이지만 서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대적으로 관점은 달라질 수 있을지라도 고전이 강조한 사항이 지금도 유효한 현재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양한 책들을 퓨전화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온고이지신이라고 하지 않습니까?”(박기찬)

“원래 경영은 입체적인 것입니다. 앞부분에서 전체를 보려고 했고, 1990년 이후에서는 각론으로 들어가 전문화 구체화시켜 들여다봤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원리를 찾고, 전체를 보고 미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이동현)

“에필로그를 쓰면서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었는데,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백과사전적으로 정리했지만 연결성과 동시에 독자성을 갖고 있는 책들이어서 경영의 기본원리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확 와 닿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잘 소화하면 어떤 응용도 가능하게 하는 현재성을 갖고 있습니다.”(이윤철)

이제 이 집단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인터뷰할 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정리해놓고 보니 딱딱한 느낌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도 경영에 관한 지식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경영 활동에 바로 적용할 때는 생생하겠지만 그걸 습득하는 과정, 특히 교양 쌓기로서의 책을 읽을 때는 딱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a 인터뷰에 응한 박기찬, 이동현, 이윤철 교수

인터뷰에 응한 박기찬, 이동현, 이윤철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큰 사고(?)를 친 이들 세 집필자로부터 이 책에 대한 바람을 들어보면서 인터뷰를 마칠까 한다.

“학자들이 30권을 뽑았지만 만일 이 책을 읽은 신입사원들이 3여년 후 중간 관리자 되어 다시 읽고, 회사와 결부하여 워크숍을 한다면 큰 활용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논의 심화가 아니라 출발입니다.”(박기찬)

“사실 용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잘못 번역된 용어들은 경영학에서 통할 수 있는 용어로 바로잡았습니다. 여하튼 이 30권에 대한 이 책의 논점이 다양한 논쟁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앞부분의 재해석 과정에서 당시 사상을 올바로 이해하고 바로잡고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충분히 있으리라고 봅니다.”(이동현)

“미래를 보는 기술이 변하면서 현상 자체가 바뀌고 사람의 의식구조도 바뀌지만 바뀐 현상을 재해석하여 어떻게 재적용 할 것이냐가 문제일 것입니다. 이 책이 그런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윤철)

<경영의 교양을 읽다>에 소개된 책 30권

1910~1960년대 : 경영의 시대를 열다
- <과학적 관리법>(테일러, 1911)
- <산업 및 일반 경영관리론>(파욜, 1925)
- <경영자의 기능>(바너드, 1938)
- <경제와 사회>(베버, 1947>
- <동기유발과 개인의 성격>(매슬로, 1954)
- <경영의 실제>(드러커, 1954)
- <관리 행위>(시몬, 1956)
- <관료적 현상>(크로지에, 1964)
- <기업 전략>(앤소프, 1965)
- <마케팅 관리>(코틀러, 1967)

1970~1980년대 : 경영의 전략을 발견하다
- <기업 전략의 본질>(앤두르스, 1971)
- <시장과 위계>(윌리엄슨, 1975)
- <효과적인 조직설계>(민츠버그, 1978)
- < Z이론 >(오우치, 1981)
- <기업경영과 전략적 사고>(rps이치, 1982)
- <초우량 기업의 조건>(피터스 & 워터밴, 1982)
- <팀 경영의 성공과 실패>(벨빈, 1984)
- <조직문화와 리더십>(샤인, 1985)
- <경쟁 전략>(포터, 1980)
- <무형자산,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히로유키, 1987)
- <국경 없는 경영>(바틀릿 & rhtif, 1989)

1990~2000년대 : 경영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다
- <학습조직 구축을 위한 제5경영>(센게, 1990)
-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아커, 1995)
- <리엔지니어링 기업 혁명>(챔피 & 해머, 1993)
- <미래를 위한 경쟁>(하멜 & 프라할라드, 1994)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콜린스 & 포라스, 1994)
- <지식창조기업>(노나카 & 다케우치, 1995)
-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코터, 1996)
- <균형성과표>(캐플란 & 노턴, 1996)
- <사람이 경쟁력이다>(페퍼, 1996) / 조성일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박기찬 외 지음,
더난출판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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