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 강이 풀리고 강가의 나무들도 싹을 트게 하려고 잔뜩 물을 머금고 있다.박도
봄의 길목
안흥을 떠나온 지 보름이 지났다. 날마다 눈만 뜨면 바라보는 산과 들판과 시내, 벌써 그 산하가 그립다. 아직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의사가 가능하면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안흥 나들이를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하고 지내던 터에 하나의 언턱거리가 생겼다.
마침 어제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마무리 교정쇄를 출판사로 넘겼다. 그런데 본문에 들어가는 수백 장의 사진 가운데 두 장면을 <오마이뉴스>에서 다운받아서 썼더니, 다른 사진보다 선명도가 훨씬 떨어져 출판사 편집자도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난번 아내가 안흥에 내려갈 때 부탁했으나 찾아오지를 못하였다. 아무래도 내가 안흥에 내려가서 필름을 찾아 바꿔 넣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처럼 사진도 찾고 안흥 산골마을도 둘러볼 겸 아내에게 넌지시 부탁했다 그러자 아내도 마침 내일이 할머니 제사인데, 향로도 촛대도 모두 안흥 집에 있기에 가지고 와야 된다고 하여, 우리 내외는 일거삼득의 일을 하고자 안흥으로 출발했다. 카메라까지 들고 나서자 자기 몸도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 욕심을 부린다고 아내가 한 마디 한다. 그러나 어찌 내 열정을 꺾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