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목지에는 양 대신 눈이 가득하다.윤돌
눈으로 가득한 양떼목장, 양들은 가는 겨울을 아쉬워할까? 오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까? 울타리에 갇혀 지내는 양들은 방목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문객들이 집어주는 건초더미를 받아먹고 있다. 양들은 서둘러 푸른 풀들이 돋아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세상에는 또 다른 양들이 있을 텐데, 내 아쉬움으로 다른 사람의 세월까지 붙잡고 싶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휴게실을 지난 눈 언덕에는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과 잠시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 어른들이 있다. 쉬익 하고 미끄러지는 눈썰매 위로 눈발이 날려 내 얼굴을 감싼다. 시린 손과 얼굴을 비벼가며 늦겨울의 정취를 만끽한다.
언덕 위에는 통나무로 지은 창고가 있다. 양떼목장을 소개하는 잡지나 사진에서 자주 보던 그 창고는 겨울과도 잘 어울린다. 울타리가 눈에 잠겨 하얀 들판이 되고, 들판 위에 창고가 서 있고, 뒤로는 겨울나무와 산들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