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주암면 사무소 앞에서 열린 소각장 반대 집회김해화
서둘러 성묘를 마치고 차를 몰아 상여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갔습니다. 주암면 소재지인 광천리에 들어서자 네거리에서 부터 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집회는 네거리 면사무소 앞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경찰병력, 차량들이 뒤엉킨 면사무소 앞의 집회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설날 집회가 열린 까닭을 물어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금곡마을하고 선산마을 입구에다 감시초소를 지어놓고 지키고 있었단 말이시. 근디 그저께, 섣달 스무 아흐렛날 저녁에 어떤 놈들이 감시초소를 작살을 내부렀네. 새벽 1시까지 사람들이 있다가 들어갔는데 그 뒤에 말이여. 그래서 지금 항의집회를 허고 있는 것이여.”
“어디 초소 말인가, 금곡?”
“아니, 선산 앞에 있는디를 그래부렀어.”
“경찰에는 신고를 했어?”
“했재. 그런다고 잡아 주겄는가? 경찰들이.”
“면직원이나 시 직원들이 직접 허던 안 했겄재, 그래도 어떤 놈들이 했는지 뻔허니 안 보인가?”
그러니까 설을 앞둔 2월 8일 새벽 무렵, 쓰레기소각장 반대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소각장건설예정지 입구에 세워놓은 감시초소용 비닐하우스를 누군가가 부숴버려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만세삼창을 부르고 면사무소 앞 집회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대열을 정비한 주민들은 트럭에 실은 상여를 앞세우고 상여소리와 함께 소재지 거리를 한 바퀴 돌고나서 광천다리를 건너 구산마을을 향했습니다. 설날 성묘 길에 나섰다가 집회 때문에 밀려있던 차량들이 주민들을 따라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