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마음이 있는 곳에 '보물'이 있다

코엘로 파울로의 장편소설 <연금술사>를 읽고

등록 2005.01.26 06:30수정 2005.01.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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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일행이 여행 중 어떤 마을에 들렀을 때, 마르타라는 여자가 자기 집에 예수를 모셔 들였다. 그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었다. 시중드느라 경황이 없던 마르타는 예수께 와서 말했다.

"주님, 제 동생이 저에게만 일을 떠맡기는데 보고도 가만두십니까? 마리아더러 저를 좀 거들라고 일러주십시오."…



위에 인용된 '누가복음 10장 38~42절' 성경 말씀은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의 책장을 열었을 때 이야기가 전개되기 전, 차례 다음 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설교를 통해 듣거나 성경을 보면서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르고도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다.

예전엔 아무리 설교를 통해서 마리아를 칭찬하는 쪽으로 말해도, 마리아를 두둔하는 것 같았고 마리아가 얌체 짓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마음에 녹아들지 않았다. 마음과 일이 분주하면 어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열정을 가지고 해내기란 힘든 법이다.

한 가지를 선택한 마리아가 다른 시각으로 깨달음을 주었다. 인용된 성경구절은 이 소설과 전혀 무관하진 않았다. 어떤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손에 들었던 것일까. 책을 손에 들고 첫 장을 넘길 때부터 설렘 같기도 한 전율이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갔다. 기대감을 안고 읽어 내려갔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 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보물'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 속에 있는 주인공 '산티아고'에게 잠언과도 같은 많은 교훈과 함께 주는 말이다. 이 책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보물이 감추어져 있다는 확신을 가진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기위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네 인생을 우화 형태를 빌어서 얘기하고 있다. 자꾸만 물음을 던진다. 함께 여정에 참여하게 한다. 인생과 꿈, 도전… 이런 것들에 결핍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혹은 좌절된 꿈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혹은 이미 마음속에 수장한 꿈의 흔적만 갖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양치기 산티아고가 떠나기 시작한 스페인의 어떤 평원,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에서부터 꿈을 믿고 출발해서 노인을 만나고, 집시를 만나고, 크리스털 그릇 가게를 하는 남자를 만났으며 영국인, 연금술사를 만날 때 함께 그들을 만나게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잊지 않기 위해 생각하면서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한다. 산티아고와 함께 특별하고도 소중한 여행에 초대된다. 함께 고민하며 함께 좌절하고 함께 일어서면서 나아간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했듯이 우리는 주인공 산티아고와 함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해서 가혹한 시험을 넘나들면서 여행을 계속한다.

"누군가 자아의 신화를 찾으려 하면, 우주만물이 그를 도와준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두려움이 포기를 낳고 체념어린 삶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잉태하고, 자신에게 그 '보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이도 있다.

팝콘 장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남이 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직업, 팝콘 장수가 되어 안주해 버렸고, 크리스털 가게 상인은 일상에 굳은살이 배겨 변화를 꺼려했고 설령 보물이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향상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산티아고를 흠씬 두들겨 팬 낯선 사내는 반복해서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찾아 사막을 건너는 것은 바보짓이라 생각했다.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또한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 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전한다.

'보물'을 믿고 그것을 찾아 산티아고와 함께 기나긴 여정에 오른 우리는 그와 함께 피라미드 앞에 당도했고 보물을 발견했다고 믿은 땅에서 낯선 사내들한테 죽지 않을 만큼 흠씬 두들겨 맞는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 뜨기 직전' 바로 그 때였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낯선 사내들 중 한 명한테서 '보물'을 찾는 이만이 깨달을 수 있는 말을 듣게 된다.

"꿈 속에 스페인의 어떤 평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근처 양치기들이 양떼를 몰고 와서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 나무 아래를 파보니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겠어.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그때 산티아고, 그리고 그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우리는 그 '보물'이 바로…산티아고, 그리고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스페인의 어떤 평원,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 하나가 있는 곳, 양치기들이 양떼를 몰고 와서 종종 잠을 자던 곳, 그 곳 성물 보관소에 있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 그 나무 아래 보물이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그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을 말하기 위함이었던가.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 이것이 지정한 연금술이라고 쓰고 있었다.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떠오른다. '모든 것에는 신의 지문이 묻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문학동네

덧붙이는 글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문학동네

연금술사 (리커버 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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