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장지연(12) 양, 우천초등학교 5학년박도
예사 때와는 달리 저는 오늘 아침 목욕재계한 뒤, 네티즌 여러분에게 이 글을 씁니다.
어제 오후 횡성에 사시는 시민단체 대표('횡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정연학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용인즉, 제가 살고 있는 안흥면과 이은 우천면 백달리 마을에 올해 열두 살 난 장지연(우천초등학교 5학년)양이 수술을 앞두고 돈이 없어서 그 부모님이 울며 지낸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우리 지역의 딱한 사정을 널리 알려서 한 소녀의 생명을 이어주고자 산골 서생인 저에게 연락한 것입니다. 좀더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어 했더니 곧 장지연양의 부모가 제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들 부부는 방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마당에서 고개를 숙인 채 저를 맞았습니다. 그분을 따라 새말 나들목에서 가까운 백달리 당신 집으로 갔습니다. 곧 병중의 지연양도 만났습니다. 어머니가 선생님에게 대접할 것은 따뜻한 보리차밖에 없다면서 내놓은 물을 마시면서 이들 가족의 아픈 사연을 들었습니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백달리 82번지에 사는 장만복(65)·권의영(52) 부부는 늦둥이로 지연양을 낳아 길렀습니다. 유치원을 다니던 1999년 1월에 딸이 급성 백혈병을 앓는 것을 알게 되어 원주 기독병원에서 7개월 치료를 받은 뒤 완치되었다고 해서 그해 9월에 퇴원, 이듬해 우천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에 잘 다녔습니다. 그런 가운데 2003년 8월 20일에 재발하여 지금은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 장만영씨는 이 모든 게 당신의 업죄가 많은 탓이라며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평생을 소농으로 힘들게 살면서 4남매를 둔 바, 장남이 삼척우체국에 다니다가 오토바이 사고로 횡사한 뒤로 더욱 힘들게 산다고 합니다. 딸을 살리겠다고 그나마 있던 땅도 다섯 마지기나 팔아서 이제는 720평의 논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 논에서 나온 곡식은 당신네 양식밖에 되지 않기에 지금도 온갖 막노동을 한다고 합니다. 어머니 권의영씨도 살림에 보태고자 횡성에서 청소 일을 하였는데 딸이 재발한 뒤로는 그 뒷바라지로 그 일도 못하고 틈틈이 삯일을 한다고 합니다.
"선생님, 저 애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하늘의 도움인지 골수이식 제공자가 나타났어요."
아버지의 눈에도 어머니의 눈에도 굵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