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독서를 방해하는 시대

재미있는 TV 프로그램만을 탓할 수는 없다

등록 2005.01.21 13:29수정 2005.01.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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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가장 보람 있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옛 성현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독서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단지 필요성만 알고 있지 실제는 잘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이 책 읽기이다.

우리나라가 소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책 안 읽는 국가에 속한다는 보도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요즘은 TV, 케이블 TV, DVD 등 영상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직장인들이 힘들여 책 읽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어느 독서 평론가는 우리나라가 TV 연속극을 너무 재미있게 만들어 국민들을 책 못 읽게 만들고 있다고 자조적인 분석을 한 경우도 있다. 독서를 하려면 TV와 인터넷에서 반드시 해방되어야 한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고3자녀를 두면 집안에서 TV를 없앤다는 것이 꽤나 상식처럼 되어 있다. 필자는 독서를 위하여 TV에서 멀어지라고 주장한다. 자녀를 진정으로 위하려면 부모의 머릿속이 먼저 채워져야 하며, 솔선수범이 최고 쉬운 방법이다.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독서보다는 암기위주로 되어 있어서 부모가 솔선수범으로 보여주어도 자녀가 책을 많이 읽기 어려운 현실이 빨리 개선되었으면 싶다.

주제에서 잠깐 비껴가고 싶다. 필자는 책을 많이 선물 받는 편이다. 그 이유는 책을 잘 선물하기 때문이다. 친구 사무실이나 어딘가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면 사무실 건물 내에 있는 간이서점에 들러서 당시의 베스트셀러 중 방문처와 코드가 맞을 만한 책을 1권 고른다.

그리고 가능하면 전철을 타고 가면서 약속시간에 닿기 전에 머리말, 목차, 몇 개 아티클을 읽어서 그 책을 대강 소화한다. 그러면 그 책의 70%는 읽은 셈이 된다고 생각한다. 방문처에 그 책이 있거나 이미 읽었다면 그냥 들고 나와 나의 책꽂이에 꼽힌다. 나의 장서가 늘어나는 비결이며 베스트셀러는 조금씩이라도 읽게 되는 과정이다.

잡지도 2권쯤을 정기 구독하여 사무실에 비치하고 있다가 사무실에 방문한 지인을 그냥보내기 서운할 때에 가면서 읽으라고 주기도 하고, 필자가 어딘가를 방문할 때 서점에 갈 시간이 없으면 그 잡지를 들고 가서 주고 온다.


책을 선물하면 선물하는 사람의 인격이 책에 담긴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방을 그 책의 내용과 맞추어 배려, 존경한다는 뜻도 담긴다고 본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독서는 좋은 일이다. 책은 목차만을 읽어도 작가의 주장을 50% 이상 전달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편하게 목차만이라도 읽는 습관이 휴일에 좀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독서 문제 뿐 아니라, 요즘의 도시생활은 사색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막힌 공간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사색은 다르다. 사색은 골똘한 것도 아니며 닫힌 공간의 무대도 아니다. 예를 들면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서 자기의 삶과 생활에 대하여 의미를 찾아보고 깊게 생각하는 행위이다.


필자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가서 칸트가 평생을 걸었기에 ‘철학자의 길’로 이름 붙여진 오솔 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다.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치 사색하는 방법정도는 배워 보겠다는 생각으로 그 길을 왕복하여 걸어보았다. 그 길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촌에서 카펠강의 다리를 건너서 난 조그만 언덕길로 되어 있다.

언덕길의 폭이라야 2m 정도밖에 안 되는데 오솔길 좌우로는 아이들 키만한 나무들이 우리나라의 돌담길처럼 되어 있다. 무엇이 이 길을 그렇게 사색자의 길로 이끌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언덕은 가파르지 않으나 중간 중간에 마련된 카펠강과 아름다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나무의자 한, 두개 있는 쉼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탁 트인 조망과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적당히 호젓하고 꼬불꼬불한 길이 칸트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생활은 어떤가. 그래도, 기성세대는 먼 길을 걸어서 통학하며 미래를 설계하던 사색에 대한 추억이라도 있다.

청년세대는 그러한 추억조차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유를 즐기는 사색의 생활이 충실한 여가생활의 한 방법이 되어 웰빙의 수단으로 우리에게 가까워 질 날이 멀지 않았다. 휴일에는 건강관리도 할 겸, 걸으며 사색하는 공간을 만들어 볼 필요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www.ju51.net에도 시리즈로 싣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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