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동차 정비 자격증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한 정비 관련 서적들김재영
만약 시험에 낙방을 한다면? 한 번에 붙어야지 한 번 떨어지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시험에 pass한다고 보장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에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자격증 취득에 대한 꿈은 완전히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그런 소름 끼치는 배수진을 치고 공부를 하면서 생각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공부가 더디게 되면 얼마나 안절부절 이고 아득한 절망감에 빠지게 되는지 모릅니다.
시험 한 달을 남겨놓고는 모든 일을 전폐한 채 2층 구석방에 틀어박혀 책만 팠습니다. 이슬 맺혀 밖이 잘 보이지 않는 뿌연 유리창을 바라보며 이것이야 말로 스스로 만든 철창 없는 감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 하루를 남겨두고는 더도 말고 이틀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며칠 동안은 캐나다 와서 한번도 걸린 적이 없는 독감이 들어와 마지막 정리에 pitch를 올리는데 사실상 실패한 셈입니다. 그러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영어로 치르는 시험. 3시간 동안 Pitt Meadows의 조그만 도서관 구석방에서 치렀던 시험. 시험결과 발표는 2주 후에 mail로 송부가 된다고 했습니다. 2주 후라고 했는데도 그 후 매일 우체통 열어보는 것이 오후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2주쯤 지난 어느 날, 우체통을 여니 British Columbia 정부의 직인이 찍힌 하얀 봉투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그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을 손에 받아 들었지만 그걸 ‘확’ 뜯어볼 용기나 나질 않았습니다. 만약 낙방이라면 도대체 그 충격을 어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몇 걸음 내디디며 어렵사리 봉투를 뜯고 노름꾼이 화투짝 쪼개보듯 살며시 서류를 열어보았는데 순간적으로 panic 상태에 빠졌다고나 할까? 눈으로 보고는 있으되 보기를 거부하는, 순간적인 졸도 상태. Pass했다는 내용을 보면서도 기절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일까? 바로 환성을 지르지 못하고, 서류를 끝까지 훑어내려 가다가 마지막에 congratulation이라는 말을 보고서야 시험에 pass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이내에 자격증과 증서를 소포로 보내준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도대체가 이게 믿어도 되는 이야긴지, 정말 자격증을 주겠다는 것인지 믿기지가 않아 그 길로 차를 몰고 당장 정부 office로 달려가 그 mail을 보여주었더니 축하한다는 소리를 다시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그것보다 더 기쁜 축하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BCIT에 가 instructor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시험은 pass했는데 4년 경력은 어떻게 채울래라고 하는 것입니다. 4년 경력을 캐나다에서 채워야 그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BCIT instructor조차 외국에서의 경력은 인정을 해주지 않고 캐나다 자격증을 따려면 오로지 캐나다에서의 경력만이 유효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받은 자격증을 보여주었더니 입을 벌리더군요. 그런 게 가능한지 그 instructor도 저로 인해 배운 것입니다. 대부분의 instructor들이 캐나다 정비 자격증 따는 길은 오로지 apprentice를 통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딴 자격증은 instructor들 사이에 자연히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BCIT에 들려 instructor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바라보는 눈 덮인 Mt. Grouse 스키장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늘은 정녕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늘 깨지고 엎어져도 일으켜 업어주시는 주님. 주님을 찬양합니다. 비 오락가락 하는 겨울 날, BCIT campers를 빠져 나와 주차비 내지 않아도 되는 곳에 멀찌감치 세워놓은 차까지 걸어 나오는 길. 인적 드문 길에서 웃으며 질질 짜며 걷고 있는 조그만 oriental을 보면서 운전하고 가는 사람들이 ‘겨울에 미친 놈 하나 또 생겼군’ 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운전하는 동안, 차 안에서 그 동안의 답답했던 마음을 다 토해내려는 듯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원 없이 펑펑 고함지르며 우는 것을 말릴 수 없었습니다. 집에 와 공부한 골방에 들어가 엎드렸습니다. 싸늘한 냉기가 도는 방, 엎드려 주님을 만났습니다. 옆으로 돌돌말이로 누워 보기도 하고 큰 대자로 누워보기도 했습니다. 골방, 스스로 만들었던 감방이 추억이 어린 방이 되었습니다. 냉기도 따뜻한 온기로 느껴졌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딴 캐나다 정비 자격증입니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빨간 별 모양의 mark는 red seal입니다. 캐나다 어느 주에 가거나 certified technician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lberta주의 Calgary로 이사를 가 그곳 정부 office에 제 자격증을 보여주면 그곳에서 다시 자격증을 하나 더 발급을 해줍니다. 그림의 왼쪽 아래쪽의 빨간 것은 BC주 마크인데 그것이 Alberta 것인 것으로 하나 더 발급을 해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