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코엘료와 댄 브라운의 해

2004년 출판계, 교양보다 실용 많이 읽히고 팩션·실용인문 가능성 보여

등록 2004.12.28 15:13수정 2004.12.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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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와 댄 브라운, 외국 소설의 해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문학동네
'코엘료'와 '댄 브라운'.


2004년 올 한해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의 작가들이다.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에서 각각 2004년 베스트셀러 종합 차트 1위에 랭크되면서 이들 외국 소설이 국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두 책 말고도 이들 작가의 다른 책들도 많이 팔렸다. 특히 <다빈치 코드>는 1, 2권 합해 120만부가 판매되어 유일하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올 독서계는 그동안 시장을 왜곡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문화방송 의 거품이 빠진 상태에서 시작됐다.

<아침형 인간> <나무> <냉정과 열정 사이> <메모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같은 책들이 1월을 전후한 무렵의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에 랭크됐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베텔스만
이 책들의 저력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다빈치 코드> <연금술사> <선물>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10년 후 한국> <용서> <황진이> 같은 새로운 책들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순위 교체를 시도했다.


이런 가운데 올 한해 출판계에서 두드러졌던 현상은 '팩션'이란 새로운 장르의 등장과 실용인문의 가능성 확인, 인물 분야의 약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추리소설 기법의 팩션, 젊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팩션은 사실이란 의미의 '팩트(Fact)'와 허구란 의미의 '픽션(Fiction)'의 합성어(Faction)로 <다빈치 코드>를 비롯한 <천사와 악마> <단테클럽> <4의 규칙> 같은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추리적 소설 기법을 동원해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 나가는 이런 장르는 지적 호기심과 추리적 스릴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실용인문의 등장은 출판의 새로운 방향을 예고하면서 침체기에 접어든 인문 분야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당분간 독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인문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 실용인문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그동안 인문 분야의 책들은 학술적 성과를 담아내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출판사의 기획자나 편집자들이 주도한 출판이 아니라 대학 교수로 대표되는 필자들의 완성된 원고(학술 논문 등)에 의존하여 출판하는 소극적 형태였던 것. 물론 이런 학술적 성과를 담아내는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몇몇 눈썰미 있는 기획자들과 필자들이 이런 인문적 지식을 실용적 교양으로 재가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인문 독자들을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미쳐야 미친다> <책문> <조선의 뒷골목 풍경> <교양으로 읽는 절대지식>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물 분야의 약진 역시 올 한해 출판계를 관통하는 열쇳말이 됐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인물 분야가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진 출판 장르를 형성하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올해 그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인터넷 서점 알리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탐독한다는 뉴스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향에 전적으로 기댄 결과이긴 하지만 이순신을 소재로 한 <칼의 노래>가 단연 으뜸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
김훈의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
이 분야 2위는 인기가 꺾일 줄 모르는 장 코미에르의 <체 게바라 평전>, 3위는 벤처기업가 안철수의 <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 4위는 잭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 5위는 <덩샤오핑 평전>, 6위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7위는 김구의 <백범일지>, 8위는 이건희의 <이건희의 개혁 10년>, 9위는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 10위는 유홍준의 <추사 김정희>로 집계됐다.

올 한해 경기 침체를 적극 반영한 독서 형태로 자기 개발서와 재테크 관련 책들이 강세를 보였다.

<설득의 심리학>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아침형 인간>을 비롯 <한국형 땅 부자들> <집 없어도 땅은 사라> <지금 이 땅에 돈을 묻어라>가 대표적인 책들이다.

대입 관련 실용서 꾸준히 쏟아져

또한 실용서 부문에서는 대학 입시와 공부에 관한 책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 <공부습관 10살 전에 끝내라> <공부 9단 오기 10단> <평생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등이 이런 책들이다.

아울러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가 압권이었고, 웰빙 바람을 타고 갖가지 관련서들이 출간됐다. 특히 김영사가 100여권에 달하는 이 분야의 미니북을 발간해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 분야에서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어 <만화로 보는 중국신화>가 나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마법 천자문>이 지난 해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돌풍을 이어가며 단연 독주를 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불황'
2004년 출판계

올 한해의 출판계를 한마디로 결산하면 '최악의 불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힘들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마는 특히 출판계는 IMF 때보다도 어려웠다던 작년보다 2004년이 더 어려운 한해로 기록됐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매출신장률에 따르면,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경우 IMF 때인 1998년이나 지난해에는 소수점 이하이긴 하지만 각각 0.91%, 0.77%의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0.91%로 1981년 교보문고 광화문점 개점 이래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젠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을 만큼 올해에도 어김없이 중소서점의 폐업이 속출했고, 도매상 부도, 인터넷 서점의 매출 신장 둔화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 규모가 처음으로 300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중소형 출판사들과 대비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

내년 경기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2004년을 보내는 출판계는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 조성일 기자
<판타지 수학대전> <지도로 만나는 세계 친구들> <화폐로 배우는 세계문화>와 같은 실용적인 분야를 다룬 어린이책들이 많이 팔렸다.

한편 상업성보다는 가치에 더 의미를 둔, 꼭 있어야 할 책들 또한 많이 나왔다.

<열하일기>를 비롯 <하늘에서 본 지구> <종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천연염색> <테러시대의 철학- 하버마스와 데리다의 대화> <도서관- 그 소란스런 역사> <한국현대사 산책> <학벌사회> <순수이상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등이 우선 눈에 띤다.

이상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도 많은 책들이 독자들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그 중에는 소위 대박을 안겨준 책도 있고, 또 그 반대로 서점 진열대에 제대로 진열조차 되지 못하고 창고의 어둠 속으로 팽개쳐진 책도 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책들이 우리들과의 대화를 시도할까?

연금술사 (리커버 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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