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

등록 2004.11.27 13:25수정 2004.11.2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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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이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글보다 말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中-

사람들은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문장'에 대해 물어보지만 대중소설가에게는 물어보지 않는다. 또 문학상 수상가의 글은 예술이라고 말하지만 대중소설가의 글은 홀대한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 내용이 영화가 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지라도 기본 문장, 글쓰기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이 옳은 일이든, 옳지 않은 일이든 간에 현실이 그렇다. 몇 번이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대중 작가보다도 한 작품으로 신춘문예에 등단한 작가에게 글쓰기에 대해 물어보는 것, 그것이 현실이다.

스티븐 킹도 그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내놓기 전에 꽤나 고심했다. 그의 이런 고심은 작품 곳곳에서도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글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였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그는 창작을 하게 된 과정, 창작의 방법을 이 책에 담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하고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는 이미 이론인 기존 창작론 같은 고상한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처음부터 "내가 무슨 문단의 허풍쟁이나 고상한 체하는 얼간이처럼 취급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대신에 지도 가르침을 기대할 수 있다. 한동안 유행한 '빨간펜'선생님처럼 다가온 스티븐 킹은 조심스러워하지도 않고, 추상적으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모르겠으면 나처럼 해보라'는, 다소 건방져 보이지만 그 동안 사람들이 갈망했던 가르침이기도 하다.

가장 흔한 잘못은 상투적인 직유나 은유나 이미지 따위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내달렸다, 그녀는 '꽃처럼' 예뻤다, 그 사람은 '유망주'였다. 밥은 '호랑이처럼' 싸웠다… 이렇게 케케묵은 표현으로 내 시간을 빼앗지 말라. 이런 표현을 쓰는 작가는 다만 게으르거나 무식해 보일 뿐이다. 그런 인상을 주는 것은 작가의 평판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사실적이고 공감을 주는 대화문을 쓰려면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망치로 엄지를 내리쳤을 때 사람들이 내뱉는 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점잖은 체면 때문에 '이런 제기랄!'대신 '어머나 아파라!'라고 쓴다면 그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무언의 약속을 어기는 짓이다.-<유혹하는 글쓰기> 中-


<유혹하는 글쓰기>는 솔직하다. 어떤 작품이 왜 성공했는지를 언급하는가 하면 속된 표현으로 '망하는' 작품의 지름길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해준다.


더불어 흥미로운 글을 쓰는 것으로 소문난 스티븐 킹인 만큼 이 책은 소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 그 외 그에게서 글을 써보라는 격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글쓰기에 대한 스티븐 킹의 창작 이야기 <유혹하는 글쓰기>가 글쓰기의 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많은 책들이 아는 체는 하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창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유혹하는 글쓰기>는 대담하게 알려주고 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거야?'하는 의문을 품고 산다면 <유혹하는 글쓰기>을 읽으며 스티븐 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러면 적어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리뉴얼판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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