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잎을 떨궈버린 앙상한 자작나무들박도
내가 사는 고장은 앞도 산이요, 뒤도 산, 좌도 산, 우도 산으로,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은 온 통 산으로, 그야말로 산속에 살고 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산은 네 계절 모두 볼만하다. 때로는 그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으로 다 보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기도 한다.
사실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면 낯설고 물선 이 산촌에 살 수 없다. 때때로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까무러칠 정도의 아름다움에 혼자서 탐닉하곤 한다.
요즘의 겨울 산은 나무들이 떨잎을 죄다 떨어트려서 쓸쓸하기 그지없다. 앙상하게 벌거벗고 있는 그 모습이 썰렁해 보이지만 곧 함박눈이 내려서 앙상한 나뭇가지는 온통 눈꽃을 피울 것이다.
겨울의 들길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가을걷이가 모두 끝나 들판은 텅 비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들판을 채웠던 곡식들이 모두 거둬지고 그루터기만 남아 있다. 텅 빈 들판이 썰렁해 보이지만, 이 겨울에도 들판이 가득 차 있다고 가정해 보면 더욱 그 풍경이 더욱 을씨년스러울 것 같다.
자연은 일년에 한 번씩 가진 것을 모두 비우나 보다. 이것이 대자연의 순리인가 보다. 사람도 이따금 한 번씩 비워야 건강하게 사는 비결일 게다. 비워버릴 때는 가재도구와 같은 물질과 그동안 쌓였던 정신적인 여러 상념들도 같이 떨쳐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