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나무가 적절히 배열되어 자연스럽다.최경호
함양 상림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이다. 그 소박함 때문인지 인공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무들이 적당히 배열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이 느껴졌다.
고향을 떠올릴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에는 '마을 숲'이 있다. 그곳은 '수구막이' '숲정이' '성황림' '숲마당' '당숲'으로도 불리며 마을의 역사·문화·신앙을 바탕으로 유지되어 온 숲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숲은 9세기 말 신라 진성왕 때 함양 고을 부사로 부임한 최치원이 조성한 함양 상림과 1648년 담양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이성이 쌓은 제방에 조성한 관방제림이다.
이곳 상림은 소나무처럼 위로 치솟는 대신 나무들이 옆으로 나지막하게 퍼져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지리산과 백운산에서 나무를 가져와 조성했다는 이 숲은 6만3천평의 규모인 평탄지로 길이가 약 1400m, 최대 폭이 200m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느티나무, 가람주나무, 때죽나무, 갈참나무, 복자기, 꿀참나무, 산초나무, 작살나무 등 약120여종 2만여그루를 볼 수 있다.
이곳으로 자주 산책 나온다는 마을 주인들은 "최치원 선생께서 지리산과 백운산에서 손수 나무를 캐와 심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큰 태풍 때나 큰물이 날 때마다 상림이 함양을 살렸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최치원의 지혜와 덕이 오늘날의 함양 주민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