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수도 이전, 호주 수도가 캔버라인 것에서 배워야

등록 2004.11.01 15:42수정 2004.11.0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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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와 고국의 현황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판결을 보며 더욱 그러했다. 한 나라의 어질고 큰 지도자라면 당연히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국가균형발전. 대한민국 서울 수도권의 과밀화와 기형적 발전 문제, 이는 어제 오늘의 화두가 아니었다.

서울의 공기오염이 심각하고, 서울 하늘은 제 빛을 잃었다. 또한 지방과의 격차는 날로 심해져 이미 그 한계를 넘은지 오래다. 벌써 실행했어야 할 일을 이제 겨우 시작하려 했건만 옹졸한 8인의 헌법재판관들의 권력 남용에 의해 진행 단계에서 중단됐다.

그것도 성문헌법 국가에서 설득력 없고 궁색한 관습헌법까지 운운하며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렇게 만든 헌재 장본인들은 대한민국을 미래로가 아닌 조선시대로 뒷걸음치게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인식해야 한다. 2004년에 조선시대 관습헌법에 근거한 위헌결정이라니, 아마도 이 문안이 영어로 번역되어 국제 사회에서 읽히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박장대소 할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또 그것이 실현되기가 왜 그리 어려운가? '행정수도이전'은 국익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고, 국회에서 입법처리까지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국가 대사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첫째는 수도권 이기주의, 둘째는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당, 세째는 보수언론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설명될 수 있다.

수도권 이기주의

첫 번째,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으로 판명나게 만든 원인으로 수도권 이기주의를 들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사에 있어 이명박 서울 시장은 천도론을 내세워 수도권 주민들의 선봉에 섰다. 서울공기와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과 정당성을 수도권 주민들에게 이해시키고 양해를 얻는데 앞장서야 할 사람이 수도권 주민들을 담보로 지역 이기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서울은 대한민국을 가족 단위에서 생각할 때 맏형과 다름없다. 그런데 맏형의 너그러움은 고사하고, 가난한 동생들은 나 몰라라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탐욕에 찬 장남이었다. 그런 집안은 평안할리 없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은 시끄럽다.


서울 시장과 수도권 주민들은 세상을 좀 더 넓게 그리고 멀리 볼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를 지방 어딘가에 옮긴다 해도 서울은 그 본래의 기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가까이 호주의 예를 보면 호주의 역사는 시드니에서 시작됐다. 이후 시드니는 호주 제1의 도시로 발전해 지금까지 경제 중심지로 그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다. 호주는 일부러 수도특별지역으로 캔버라를 설계, 완성했으며 지금까지 캔버라는 수도로서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거리로 따지면 시드니에서 캔버라는 열차로 4시간이나 걸린다. 원래 계획했던 서울과 충청도와의 1시간 거리보다 4배나 된다. 또한 호주정부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도시로의 인구 억제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으로의 분산을 장려해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유학생들도 대도시보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공부를 하면 유리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학생교통 할인권 등이며, 지방에서 학위를 마친 후 이민을 원할 경우에도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런 예를 볼 때 한국의 정책은 지방을 위한 제도가 많이 미약하다 할 수 있다. 그저 '서울로 서울로' 정책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넓고 넓은 땅을 지닌 호주도 국가균형발전을 걱정하고 고민하는데, 좁디좁은 대한민국에서 수도권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서울 발전만을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서울 시장과 수도권 주민들, 지방이야 죽든 살든 서울만 발전하면 그만이라는 수도권 이기주의를 버리고 맏형의 너그러움과 아량을 지녀라.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당

두 번째로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의 또다른 원인으로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를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은 그들의 손으로 국회에서 법을 만들고, 다시 그 법을 졸속처리 했다고 말을 바꾸며 수도이전에 반대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에 박수를 보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일관성도 신뢰성도 없이 기회주의에 편승해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어디 이런 중대사가 당 대표의 사과 몇 마디로 끝날 일인가? 정치쇼가 아니고 진정한 사과를 하겠다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는 것이 순리이거늘. 요즘 한나라당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저 여당 하는 일에 발목잡기만 하는 것이 그 당의 존재 이유인 것 같다.

이번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는 지난 번 대통령 탄핵 때도 외국에서 이미 조롱거리가 됐다. 하루는 나의 지도교수가 호주 텔레비전으로 보도된 한국 뉴스를 보고 와 큰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한국 정치는 그렇게 하느냐?"고. 그때 나는 부끄러움에 어찌하지 못하고 묻지도 않은 경제를 들먹이며, "한국 정치수준은 경제수준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라며 얼렁뚱땅 지나간 적이 있다. 어떻게 지도교수에게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이 타당치도 않은 명분을 가지고 탄핵하겠다고, 그 난리를 쳤다고 설명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그 구태정치를 한나라당은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제위기, 경제위기 하며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외쳤다.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은 국제 사회에 우리 나라 정치 수준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령도,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 권위도 서지 않는 나라를 어느 국가가 신뢰를 가지고 대할 것인가. 선진국으로의 관문이 경제만 가지고 가능한 것이라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부정부패를 없애고 신뢰있는 국가정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것이다.

보수언론들의 기득권 지키기

세 번째로 <조선일보>를 주축으로 한 중앙 보수언론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이번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판결의 또 다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중앙 보수 언론들이라 해서, 수도권의 과밀화와 기형적 발전 문제점을 모를리 없다. 또한 보수언론들도 과거 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신문을 통해 주장한 바도 있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 딴소리를 하는 것일까? 노 대통령 하는 일에 발목잡기로 선회한 것인가? 아마도 보수언론들은 그들의 중앙집권적 기득권을 계속 누리며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신행정수도의 의미를 왜곡 편파 보도하는데 앞장섰다. 예를 들어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장점은 애써 외면하고, 비용부담의 단점만을 경제 현황과 희석시켜 집중보도 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리하여 많은 국민들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엄청난 이전 비용에 대한 반감과 회의를 갖게 부추겼다. 더 나아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행정수도 이전을 충청권과 수도권간의 지역간 갈등으로 몰고 갔다.

보수 언론들은 지금도 계속되는 충청권 도민들의 생업을 전폐한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이제라도 보수 중앙언론들은 언론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충청도민들의 생을 위한 처절한 절규를 빠짐없이 사실대로 보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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